도시 외곽에 있는 전원주택. 어느 평일 아침,
같이 생활하는 패트리샤, 테리가 직장에 간 사이, 오늘 쉬는 날인
마조리 홀로 집에 있다. 그간 밀렸던 화초 돌보기를 하다
창문으로 날아온 말벌에 쏘인다. 아픔도 잊고 살충제를 뿌린다.
그때 한 남자가 무심코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다.
자신은 라울이며 조라는 친구 집이 아니냐고 한다.
그 친구가 꿔준 돈을 받으러 집으로 오라고 했단다.
마조리는 직감적으로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탈출을 시도하지만, 라울 그녀를 제압한다.
소파의 쿠션으로 얼굴을 눌러 압박하며 꼼짝 못하게 한다.
그는 한동안 반복적으로 그녀를 신체적, 심리적으로 학대한다.
라울은 그녀를 강간하려 하면서 몸의 향수가 맘에 든다고
자신에게 뿌려달라고 청하고, 마조리는 말벌 살충제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옷을 벗고 다가오는 라울의 눈에 뿌린다.
상황은 역전. 라울이 도망치려 하지만 눈이 안 보여 여의치 않다.
라울은 여러 방법으로 탈출 궁리를 한다. 그냥 보내 달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하라고도 한다. 자신이 실제로 강간한 것이 아니기에
경찰이 풀어줄 것이고, 그럼 돌아와 죽이겠다고 협박도 한다.
그러나 냉정한 마조리는 그를 묶어 벽난로에 가둔다.
그리고 이런 못된 놈은 죽여야 한다고 살인을 계획한다.
얼마 후, 패티와 테리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은 조금 바뀐다.
패티와 테리는 경찰에 신고하자고 설득한다. 라울은 마조리에게
불리하도록 조종하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믿게 한다.
특히 이 집의 우편물을 가로채 읽어본 라울은 테리의 남친과
미조리의 관계를 알고 테리를 공략해 남친과 밀회했다고 하고
테리는 라울의 거짓말에 넘어가 의견이 갈라지고
패티는 믿지 않지만 마조리가 죽이면 그들을 모두 체포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해지는 와중에도 미조리는 이런
강간 폭행범을 풀어줄 수 없다고 한다…
과연 끝은 어떻게 될까?
미국 극작가 윌리엄 마스트로시몬은 1978년 성폭행을 당한 뒤
평생 동안 비참하게 살았던 메리라는 55세의 여인에게서 가슴아픈 고백을 듣고
이 희곡을 집필했다. 메리는 강간범을 법정에 세웠다가 범인의 보복과 협박으로
직장도 포기하고 이름과 신용카드 번호까지 바꾸었으며,
30년 동안 여러 지방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윌리엄은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에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당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1981년 뉴욕 골레이 훼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성폭행을 당하고도 증거가 없어서 법의 심판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법의
한계와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메리라는 여인의 억울한 체험을 토대로 씌여 졌으며
미국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동안 미국 법조계와 언론이
이 작품의 사회적 여론으로 몸살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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