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주리 '시계를 벗어라'

clint 2024. 7. 7. 11:44

 

 

 

 

고물상 할아버지는 일상처럼 재활용 폐품을 줍고 다니던 중,

종이 상자 안에 든 작은 시계를 발견한다. 너무나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지만, 해지고 구멍 난 주머니에서 시계가 빠져 나온다.

이를 모르는 할아버지는 리어카를 끌고 가고... 이때 바퀴에 시계가 깔리게 된다.

그리고 순간, 시계의 소리가 멈춰버린다. 그러자.........

세상의 모든 시계가 멈춰버렸다.

자살자와 노동자와 게으름뱅이는 거대 추시계가 있는 절대 장소에 모이게 된다.

그곳은 고물상. 시계를 관리하는 절대자가 없자 이들은 서로 당황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서로가 시간을 많이 쓰기 위해 시계를 멈추게 했다며

심한 싸움을 하게 된다. 사실 시계를 멈추게 한 장본인은 시간을 지배하는 시간 영감.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지 않자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세 사람.

자살자는 자살할 시간을 잃어버리고 노동자는 오줌 누는 시간을 잊어버렸으면

게으름뱅이는 잠잘 시간을 놓쳐버렸다. 이런 이들 앞에서 버젓이 해가 지고

달이 뜨는데... 시계가 멈췄는데도 시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심한 분노감을

느끼며 시계를 부수는데......

 

“그대는 시계를 시간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진 않은가 ”
아라발의 초현실주의적 사고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연상케 하는

우화적 블랙 코미디같은 작품이다.

 

 


<작품 의도>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인간에게 하루는 24시간이고 1년은 12개월이며 나라와 나라마다는 약속된 시차와 함께 국경을 넘어설 때마다 지금까지 차고 있던 시계의 시간을 그 나라의 시간에 맞게 고쳐야 한다. 이 사회,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면 누구나 이 약속된 시간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시간도 하루는 분명 24시간이지만 누구는 24시간이 모자라 72시간처럼 바쁘게 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하루가 몇 시간 밖에 안 되는 것처럼 지루하게 시간을 죽이며 살고 있다. 이는 각자가 지닌 사고나 철학 혹은 생활방식 의해 같은 시간의 개념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계를 벗어라”는 오늘날 현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의 의미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고 혹여 우리 모두가 무의식중에 거대한 흑백의 시계 속에 갇혀 시계를 시간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는 안은 지에 물음을 던진다.

 

 

박주리

 

작가 소개

1996년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대학원 입학. 석사 과정 중

199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먼지아기" 당선
1997년 "12월 32일" 공연. 작/연출. 북촌창우극장 공연.
1998년 "셋방살이 요정과 철이" 작/연출. 꼼빠홀 극장 공연.
2000년 "마른꽃잎" 작. 대학로 극장 공연
2002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관" 작/연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극장 공연
2004년 "종이인형" 작/연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극장 공연
2006년 뮤지컬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각색. 플레이하우스 공연.
전국 연극제 "아버지" 각색. 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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