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왕조.
세종의 아들과 빈, 그들을 모시는 2명의 내관과 3명의 궁녀 이야기다.
왕세자 휘지는 내관 용보와 형제같이 때론 애인같이 지내면서
자신의 부인인 봉빈과는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관인 용보는 사실 봉빈을 남몰래 사모하고 있으나,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휘지에게 봉빈과의 합방을 권유하지만
휘지는 봉빈을 영 내켜 하지 않는다.
왕세자가 찾지 않는 세자빈 봉씨는 몰래 구한 천축국의 애경, 카마수트라를 통해
방중술계의 전설이 되기 위해 나인 소쌍을 불러 하나씩 연습을 시작한다.
한편 소쌍의 방동무 단지는 내관 부귀를 흠모하나,
부귀는 자신과 단지의 처지 때문에 외면하려 한다.
적극적인 단지의 애정공세로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용보가 부귀를 찾아오고, 숨어있던 단지는 두 내관의 애정놀이를 보게 되고,
부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다. 소쌍은 봉씨에게 받은 교습을 단지에게
다시 가르치며 위험하고 숨가쁜 놀이를 시작한다.
봉빈을 모시는 궁녀 석가이는 봉빈과 소쌍, 단지의 사랑 놀음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이 여인네들의 필요에 의해 안팎 소주방의 절구공이들이
점점 사라진다. 소쌍이 단지와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봉빈은
석가이를 시켜 훼방을 놓게 한다.
용보와 부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봉빈과 단지를 옹호하다가 싸우게 되고,
부귀는 소쌍을 찾아 나선다.
두 내관이 다투는 소리를 몰래 엿들은 휘지는 용보와 침소로 든다.
봉빈은 석가이를 못믿어 소쌍을 찾아가고,
소쌍과 단지를 감시하던 석가이와 부귀를 발견한다.
마침 휘지와 용보는 마리화나를 물고 그 쪽으로 향하고,
밖의 소란스러움을 느낀 소쌍과 단지가 방에서 나온다.
결국 한 자리에 모인 이 일곱 남녀의 치정극은 점점 극에 달하며,
과거의 관계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마리화나>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작품이다.
봉씨는 조선의 제5대 왕 문종의 세자시절의 두 번째 부인이자, 세종의 며느리였다.
세종은 세자의 첫째 부인 김씨의 질투와 시기심이 문제되어 폐출한 뒤에 두 번째
세자빈으로 명문집의 규수 봉씨를 간택했다.
그런데 봉씨는 나인과 대식(소위, 동성애)을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폐출 당한다
왕조의 여인네들의 우선 사항은 왕의 승은을 입어 후사를 잇는 것이었다.
다른 궁녀의 임신을 시기했던 봉씨는 어느 날 ‘태기가 있다.’고 얘기했다.
기뻐한 세종은 조용한 거처로 옮길 것을 명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씨는 ‘낙태를 하였다.
단단한 물건이 형체를 이루어 나왔는데, 지금 이불 속에 있다.’고 얘기했다.
물론 이불 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세종은 정말 이상한 며느리를 얻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봉씨를 폐출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건은 이른바 ‘대식(對食)’스캔들.
궁궐 안에서 궁녀들의 동성애 풍습은 꽤나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세종은 “금령을 어기면 곤장 70대를 집행했고, 그래도 능히 금지하지 못하면
곤장 100대를 집행했는데 그제야 그 풍습이 조금 그쳐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풍습을 막은 ‘곤장 100대의 위력’도 세자빈을 막을 수는 없었다.
봉씨는 여종 소쌍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한다.
이들의 애정행각은 세종의 귀에도 들어가 동숙(同宿)의 증거를 추궁하여
세자빈을 폐출시키고 말았다.
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은 자신의 성향은 사실주의 안에 마술적인 것을 결합하는 이른바 ‘환상 리얼리즘’이라고 했다. 마리화나는 사실과 환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연극을 만들어 냈다. 사실과 환상이 섞이고 그것들을 현대적인 색채로 덧칠해서는 색다른 맛을 풍긴다. 서기 1436년을 시대 배경으로 이 씨네 왕조 네 번째 왕의 아들과 빈, 그들을 모시는 두 명의 내관과 세 명의 궁녀가 출연하는 사극에 웬 마리화나와 유에프오의 출연이냔 말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공간과 그 속에서 일어난 상상할 수조차 없는 황당한 일련의 사건들이 도발적이면서도 독특 했고, 엉뚱한 웃음과 묘한 중독성 있는 입담들, 그리고 그들의 발칙한 행태는 농염하고, 어수룩해서 색달랐다. 왕세자 휘지는 내관 용보와 형제같이 때론 애인같이 지내며 부인 봉빈과는 소원한 사이이고, 내관 용보는 남몰래 봉빈을 사모하고, 봉빈은 소원한 휘지로 인해 나인 소쌍과 방중술 연습에 열심이고, 영 신통치 않은 봉빈으로 인해 소쌍은 방동무 단지와 연습과 복습중이고, 단지는 내관 부귀에게 관심 있고, 부귀는 어쩌다보니 상궁 석가이와 관련이.... 그들이 펼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반전과 반전,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관계의 반전들이 이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웃음의 파동은 그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들며 묘하게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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