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따찌아나 까찐스까야 '두 사람을 위한 만찬'

clint 2024. 3. 23. 06:35

 

 

여인은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남자가 전단지를 들고 적혀있는 주소가

이 집이 맞느냐며 그들의 대화는 시작된다.

전단지 속 광고는 경비를 구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 여인은 경계심이 매우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면서

자기를 드러내기 바쁘다. 경비를 본인이 구한다고 광고를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글쎄.. 그 광고를 누가 냈나?’ 하며 능청피우고 경계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남자는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여인은 그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지만 끝내 그를 고용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인의 성격은 매우 여리고 경계심이 많다.

또 한편으로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를 경계하면서 식탁에 둘이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특히, 여인만 자기 자신을 많이 표현한다. 여전히 남자는 무뚝뚝할 뿐이다.

그래서 이 여인이 혼자 남자에게 떠드는 내용이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다.

​여인에게는 미국에서 가정을 이룬 아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과의 연락은

끊긴 지 오래라고 태연하게 말하지만 여인은 아들을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 가 있을 동안 남자에게 자기 집을 잘 경비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경계심 많은 사람이 낯선 남자에게 집을 맡기려 하는지 말이다.

남자가 여인에게 말했다. ‘당신은 경비가 필요한 게 아니고 남자가 필요 한 거야’.

그렇다. 그런 것 같다. 여인이 경계하는 것과는 달리 이 상황이 모순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여인은 당황하며 당연히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집에 대한 애정을

더 부각시키려 든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나.

결국 그 둘은 대화를 잘 풀어 보려고 가졌던 술자리에서 너무 취한 나머지

예상치도 못한 밤을 보내게 된다.

다음 날, 그 둘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평소와 달리 어색해하고 피하기 바쁘다.

그 상황이 답답했던 남자는 끝내 먼저 얘기를 여인에게 건넨다.

‘어젯밤 말이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인은 그의 말을 딱 자르며 ‘꿈이에요

단지 꿈 이였다고요.’ 하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에 남자도 ‘그래요 꿈이에요. 그래서 저는 꿈을 잘 기억 못합니다.’.

그렇게 어색했던 상황은 단숨에 해결된다. 갑자기 연주단이 나와 연주를 한다.

​마지막에는 여인은 결국 아들을 보러 미국을 떠날 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여인은 떠나기 전 경비로 두었던 남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을 나서려는데 남자가 왔다. 와서 그녀에게 건네는 말이 처음 만났을 때의 말이다.

여인도 마찬가지로 그때 대답했던 말을 똑같이 건넨다.

처음과 끝의 대화가 수미상관으로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두 사람을 위한 만찬>은 러시아 현대 희곡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여지는 작품이라 한다. 원작은 1990년대 러시아 교외를 배경으로 두었다.
이 연극은 다른 연극에 비해 매우 진지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관객들은 줄곧 무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의 대화에 빠져든다. 

매우 묘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야기 전개의 비중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대화가

아니라 오로지 그들의 대화에 많이 치우쳐있다.

사실, 이 연극을 보는 내내 그들의 대화를 듣는 내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왜 연극에 갈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그 갈등의 해소는 무엇인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나서, 연극이 끝나고 나서 그나마 알 수 있었다.

둘만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두 사람에게만 있는 공통점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여인이 그 낯선 남자에게 자기를 표현하려하는 모습을 통해 외로움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과묵한 남자에게서도 그 과묵함이 상대방에게 경계를 표하는 즉, 외로움이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 둘은 외로움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무엇으로 인해 생긴 외로움인지는 각자의 사정이지만 공통적인 건 마음의 상처이다.

같은 상처끼리 만나 서로 치유하려 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 같다.

이 모습이 그들의 대화만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연극을 보는 내내 이해하지 못했던 연극 속 대화가

다시금 와 닿게 되고 이해가 된다.

 

 

 

 

따찌아나 A. 까찐스까야
1964년 출생. 말르이쉬쯔끼 극장  배우로 활동
현재 쌍-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작풍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 작품 : '미누뜨까 역
'내일 준비된 두 사람을 위한 만찬'
아마빛 마들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