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숲속에서 고귀한 아가씨가 날도 저물었는데 갈 길을 잃었다. 그녀와 동행했던 두 남동생들은 애타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 아가씨는 목동으로 변장한 코머스를 만나게 되었다. 코머스는 그녀를 보호해 준다고 제의하면서 그녀를 그의 오두막집으로 안내했다. 한편 남동생들에게 목동으로 가장한 호위천사 틸시스(Thyrsis)가 나타나서 마법사 코머스의 유혹의 위험한 함정에 빠져있는 그들의 누님 아가씨의 상황을 알려 준다. 동생은 무력한 처녀인 누님의 신변의 안전에 대하여 매우 큰 걱정을 한다. 그러나 형은 그 누님의 훌륭한 덕성이 그녀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 틸시스는 고귀한 아가씨를 코머스로부터 구해내기 위하여 동생들에게 해모니(Haemony)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약초를 건네주었다. 그 약초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마법사의 집을 공격하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 장면은 으리으리한 궁전으로 바뀐다. 이곳에서 뽐내며 그의 부하들과 함께 있는 코머스는 아가씨를 유혹한다. 즉 수정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잔속에서 춤추며 빛나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술을 마시도록 권유하는 것이었다. 그 술을 마시면 갈증을 식혀줄 뿐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기 쁨을 주고 정다운 생명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었다. 그 술 한 모금만 마시면 축 처진 기분을 씻어주고 환상적인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온갖 유혹의 달콤한 말로 그녀의 이성(reason)을 흐리게 하려고 애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코머스는 아가씨가 생명보다 더 소중히 지키는 처녀성을 간직할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즐길 것이라고 암시하며 궤변을 토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고귀한 아가씨는 코머스의 그 어떠한 달콤한 유혹이나 궤변에도 넘어가지 않고 그녀 자신을 잘 방어하여 코머스는 그녀의 그러한 순결성의 힘을 그 어떤 초월적인 신비한 힘이라고 까지 느끼게 한다. 코머스는 그의 마술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기만 하면 그녀를 단번에 설화 석고로 변하게 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러나 고귀한 아가씨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선(善)하신 하나님께서 그녀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다음 코머스는 주장하기를 대자연의 풍요로움은 마음껏 우리가 그것들을 누리도록 하기 위하여 창조주께서 허락한 것이며 그래야만 그 모든 것을 주신 분께 마음껏 찬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시키려 한다. 아주 그럴듯한 코머스의 주장에 대하여 아가씨는 냉철한 이성으로 반박한다. 바로 이때 두 남동생은 갑자기 뛰어들어와 코머스의 일당들을 내쫓아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코머스의 마술 지팡이는 뺏지 못하였으므로 마력에 걸린 의자에서 꼼짝 못하도록 묶어 놓은 그들의 누님을 구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 호위천사는 가까이에 있는 쎄번(Severn) 강의 여신 사브리나(Sabrina)의 도움을 청했다. 사브리나는 기꺼이 아가씨를 구해내는데 응해 준다. 마음씨 고운 사브리나는 아가씨 손가락 끝과 입술 위에 치유력 있는 물방울을 뿌려주고 독이 묻어 있는 대리석 의자에는 종려나무를 갖다 대니 코머스의 지배력을 그 힘을 잃어버렸다. 드디어 아가씨는 자유로운 몸이 되어 두 남동생과 함께 Ludlow로 돌아가 기쁨으로 그들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다. 끝으로 호위천사는 부모님들에게 그들의 잃어버렸던 자녀 들을 알현시키며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가면극 (Masque or Masks)이란 춤(dance)과 가장(disguises) 이 뒤따르는 극적 여흥 (dramatic entertainments)으로서 구경거리와 음악적인 요소가 이야기 줄거리나 성격묘사보다 우세한 장르였다. 아마추어들에 의하여 실내에서 흥행 되고 때로는 관중들을 그 가면극의 액션에 끌어넣도록 구상하고 때로는 단순히 결론짓는 춤(concluding dance)이 맨 끝에 왔다. 대개 가면극은 궁정에서 흥행 되었고 종종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많은 경우에 정치적인 암시와 의미를 지녔었다.
가면극의 기원은 이태리로 보고 있으며 England에서는 16세기와 17세기에 뚜렷한 성격을 띠었다. 많은 위대한 시인들과 극작가들이 가면극을 썼는데 그 중에서도 Ben Johnson의 The Sad Sphepherd와 John Milton의 Comus가 관중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장르는 전원곡(pastoral dramas)에 가까웠다.
Comus. 이 가면극은 1634년 Shropshire의 Ludlow Castle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이 가면극이 상연된 9월 29일은 미가엘제(Michael masse) Lord President of Wales the Right Honourable John Earl of Bridgewater 앞에서 상연되었다. 이 작품은 Milton의 친구인 Henry Lawes의 제안에 의하여 쓰여졌다. 그 목적은 Bridgewater 백작이 Wales와 그 국경지대(The Marches)에 지사(President)의 직무를 맡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 재미있게도 이 작품에 나오는 Lady와 Two Brothers는 Bridgewater 백작의 세 자녀가 맡았다. 이 가면극의 구성은 실제로 Earl of Bridgewater의 세 자녀가 Haywood Forest의 밤길을 오다가 딸 Alice Egerton이 길을 잃었던 사건을 토대로 하였다. 그리고 Comus를 연출한 사람은 Bridgewater 백작의 세 자녀의 음악교사였던 Henry Lawes였고 그는 이 가면극을 위해서 작곡도 하였다.
이 가면극 Comus는 흥미 있는 구경거리보다는 전원극(pastoral drama)에 가까웠다. 코머스는 Milton이 창안한 이방신인데 바커스(Bacchus)와 서시(Circe)의 아들로서 여행자들을 불러 세워서 신비한 술로 그들의 얼굴을 야생짐승의 얼굴로 변형시키는 마법사이기도 하였다.
이제부터는 Comus의 문학적인 가치를 살펴보면, Comus는 르네상스 시대의 Elizabethan drama라기보다는 도덕극에 가까운 면이 있어 주인공의 성격 묘사라든가 연극무대의 효과 등은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나 대시인 Milton의 심오한 사색과 기법으로 이루어진 극시로 읽을 때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시대 시인들의 정수와 고전시인들의 여운을 맛보게 한다. 그리하여 시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전원시와 이교도적인 요소의 우아함과 풍요로움이 있는가 하면 엘리자베스 시대의 신선함과 스펜서다운 매력이 넘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독교적인 신앙과 신념이 여러 곳에 충만하다. 가면극은 르네상스에서 유래하고 궁정과 귀족들 사회에서 성행되었던 것으로 청교도들의 배척을 받았으나 Milton은 그 가면극이라는 장르를 취하면서도 고매하고 차원 높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신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즉 르네상스의 배경을 이루면서도 그의 확고한 Puritanism을 힘차게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면극에서 주인공 아가씨의 덕성은 참으로 아름답고 참된 힘이며 승리의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좀더 이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승리의 원 천은 길잃은 세 남매를 도우려고 목동으로 변장하고 나선 호위 천사 틸시스(Thyrsis)와 쎄번 강의 여신 사브리나(Sabrina)가 있다. 그리고 아가씨의 승리는 근원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 우주 를 섭리하시고 선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안에 있었던 것 이다. Paradise Lost(실낙원)에서 Adam과 Eve를 유혹했던 Satan처럼 마법사 코머스(Comus)가 아가씨를 유혹하여 그의 검은 손아귀에 넣었었다. 실낙원에서 Satan이 Adam과 Eve를 유혹하여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열매를 먹도록 했고 온 인 류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독생자 Jesus Christ를 통하여 온 인류를 구원하셨다. 그같이 코머스는 순진한 아가씨를 거의 유혹의 손아귀에 넣었었지만 선하신 섭리주께서 그녀를 구원해 내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악(evil)을 선(good)으로 바꾸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우신 승리의 노래이기도 한 것이다. 일찍이 섭리주를 경외하고 성서를 사랑하던 시인 밀턴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한 때는 악이 번영하고 Satan이 승리하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시인의 확고한 신념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가면극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첫 번째 장면은 1-658행으로 세 남매가 길 잃고 방황하는 어둡고 위험이 도사려 있는 숲속이다. 이 숲속은 상징적으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세상이다. 두 번째 장면은 Lady를 자기의 안전한 오두막집으로 인도한다고 약속했으나 실상은 Comus의 궁전이었다. 이 궁전은 상징적으로는 달콤한 유혹과 사악한 범죄로 들끓는 이 세상의 소굴이다. 마지막 장면은 Lady가 그녀의 순결을 지키려는 덕성과 하나님의 은총으로 Comus의 유혹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장면이다. 이 시의 종장에 해당되는 이 부분에서 세 남매가 사랑하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는데 그 부모님의 집은 천국을 상징할 수도 있다.
Milton이 Comus 에서 「순결」이라는 미덕을 이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았는데, 그 「순결」은 비록 감추어진 힘이지만 모든 위험 속에서도 그 미덕을 지닌 사람을 지켜주는 최상의 방어가 되는 신비한 힘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던 것이다. 그리 하여 이 작품은 Milton의 도덕적 이상주의가 그 자신의 낭만 적인 열정의 힘에 의하여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존 밀턴
1608년 영국 런던에서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유명한 신학자였던 토머스 영에게 시사를 했고, 16세 때 이미 성경의 '시편' 일부를 운문으로 번역했다. 17세 때 케임브리지의 크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했고, 24세 때 문학석사로 졸업할때까지 최초의 걸작 '그리스도 탄생하신 날 아침에'를 비롯한 여러 편의 소네트를 썼다. 이후 약 10년간은 밀턴의 생이 중 가장 평화로운 시기로 독서와 여행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기반을 닦은 시기였다. 그의 주요 시편들과 가면극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1640년 제2차 주교전쟁을 시발로 그는 논쟁과 정쟁의 와중에 몸을 던져 이후 수많은 정치적 신문을 발표하였고, 크롬웰 공화정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크롬웰의 라틴어 비서관으로 복무했다. 1660년의 왕정복고로 간신히 목숨만 건진 밀턴은 재산 몰수와 정치적 탄압, 그리고 실명과 가정불화로 절망과 고독에 시달렸다. 1667년, 왕정복고 2년 전부터 집필하던 '실낙원'을 발표했고, 4년 후인 1771년 '복낙원'과 '투사삼손'을 발표했다. '실낙원'은 출간 당시 존 드라이든을 비롯한 당대 비평가들에게서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에 비길 대작으로 극찬을 받았다. 밀턴은 1674년 지병이 악화되어 생을 마감했다. '실낙원'은 전 12편으로 구성된 방대한 작품이다. 사탄의 반역과 몰락, 그리고 인류 최초의 남녀인 아담과 이브의 낙원 추방을 테마로 한 이 장편 서사시는 장엄한 문체와 심오한 종교적 통찰을 담은 대작이다. 서사시라는 고전문학의 형식에 인간의 원죄와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그리스도교적 내용을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평가된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키아벨리 '클리찌아' (1) | 2024.01.12 |
---|---|
(아라비안 나이트 중) '알라딘과 요술램프' (1) | 2024.01.10 |
칼데론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2) | 2024.01.08 |
한스 안데르센 원작, 주평 대본 '빨간 구두' (3) | 2024.01.07 |
서윤미 재창작 '모던(Modern)' (2) | 202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