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현주 '괴물 B'

clint 2023. 12. 14. 14:14

 

 

 

특별한 몸을 가진 B는 자신의 몸이 시작된 어느 폐공장에 짐을 푼다. 
배달 일을 하는 연아는 일이 없을 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B와 폐공장을 공유한다.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연아에게 B는 사람 찾는 일을 부탁한다. 
B가 찾는 인물은 세 명, 그녀는 수고비를 받고 그중 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를 찾는 과정에서 연아는 B가 세 명의 인물을 절실하게 찾는 이유와 
어릴 적 사라진 아빠의 실체에 서서히 다가간다. 어릴 적 사라진 자신의 아빠 또한 
그들 'B'의 삶과 어쩌면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괴물 'B'의 몸은 기계에 끼어 잘려 나간 누군가의 팔과 다리, 공장 화재로 타버린 
누군가의 젖가슴, 또 다른 누군가의 망가진 폐와 간 등... 
이들 육신의 파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신체의 각 파편이 담고 있는 사고 순간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현재도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다. 
몸의 부위마다 주인이 달라, 그들이 이 세상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B' 또한 죽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B'가 애타게 그들을 찾는 이유가
'죽기 위해서'였음을 알게 된다.

 


 
연극 [괴물 B]는 노동 현장에서 훼손된 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種), 괴물 'B'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현주 작가의 [괴물B]는 한문위 창작산실 대본공모에서 당선(2019년), 지난 2021년 알과핵 소극장에서 손원정 연출로 무대화하여 호평받은 바 있다. 한현주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한 구의역, 태안발전소 청년 노동자의 사고 이후 2023년 현재도 곳곳에서 산업재해로 스러져 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B를 이루는 노동하는 육신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와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B는 묻는다. "내 고통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겁니까?", "무엇 때문에 나 같은 괴물이 탄생해야 합니까?",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입니까?" 

 

 

 

 

산업화와 자본주의로 인해 우리들의 생활이 편해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 폐해는 숨길 수 없다.
괴물 B의 몸에 여러 노동자들의 신체일부가 붙어 '하나의 괴물 B'가 만들어지고, 그는
 ​"죽고싶어도 죽을 수 없다."
이 연극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제 대사가 있는 배우(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는 몇명으로 한정되어있고,
나머지 배우들은 몸짓으로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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