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남지심 원작 이재현 각색 '우담바라'

clint 2023. 11. 14. 07:07

 

 

극단 부활에서 공연한 연극 〈우담바라〉는 이재현이 전체 4편 중 1편인도다가의 종을 각색한 작품이다. 작품 무대는 대학 교수이자 미술가인 오채련의 집으로 한정해 조각가인 오채련이 최길성이 제작하는 범종에 비천상을 조각하여 예전의 봉덕사 종이나 상원사 종에 버금가는 훌륭한 종을 만드는 과정이 주류를 이루고 여기에 노교수와 담시 스님이 불교의 진리를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채련은 남편 한태서와 불화로 별거하는 아픔으로 자신을 잃고 방황하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 〈우담바라〉의 서사 구조는 오채련과 한태서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많다. 노교수, 최길성, 담시, 지효 스님(현지), 용화 보살봉두, 송강, 동화와 동미 남매 등이다. 이들이 《화엄경》 〈십지품〉에 등장하는 보살들처럼 얽혀 수평적 혹은 수직적으로 서사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메인 스토리의 골간은 오채련과 한태서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융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그 나름의 성실한 삶을 통해 인연으로 얽혀진 갈등과 고뇌를 해소한다. 특히 융의 깨달음을 위한 삶에 동참한다. 그 동참의 한 방편은 원효의귀일신원 요익중생(歸一心源 饒益衆生: 일심으로 돌아가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한다)’ 사상처럼 무애행(無㝵行)을 통해서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길성이 백족 화상에게 던진 담론인 현대물리학과 불교의 연관성 문제이다. 부처님 말씀이나 경전을 거의 인용하지 않으면서 불교의 정수와 현대적 의미를 가장 잘 형상화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남지심의 〈우담바라〉는 제1도다가의 종’(1987)을 시작으로 제2비구니길’, 3마니주를 찾아서’, 4황금 전당’(1991)까지 5년에 걸쳐 집필된 장편소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600만 부가 팔린 밀리언셀러로 영화화까지 된 소설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소설이다. 특히 3,000년 만에 한 번 피는 전설의 꽃우담바라(優曇婆羅)’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당대의 어떤 소설보다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로도 제작됨.(1990)

 

남지심 작가의 글.

“우담바라는 3천 년 만에 한 번씩 핀다는 전설적인 꽃이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3천 년의 세월이 걸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3천 년이라는 세월은 꼭 시간적인 개념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시간 속에 담긴 뜻을 상징적으로 설명한 말일 수도 있다. 3천 년만에 한 번씩 핀다고 해서 우담바라가 반드시 천상의 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길가에 피어 있는 패랭이꽃도 엉겅퀴 꽃도 한 송이의 우담바라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나는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래야만 우담바라가 나와, 나를 포함한 우리와 관계 지어질 수 있어서라 한다.

“불교의 경전 중에서 특히 화엄경은 장엄한 교향곡과도 같습니다. 교향곡 속엔 수많은 음표가 있어 높고 낮음과 길고 짧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을 소리로 드러내어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연주자들입니다. 화엄경의 진리도 이와 같습니다. 화엄경은 우주의 진리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 주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그 진리를 알 수가 없습니다. (……) 불교가 미래 종교로 남기 위해서는, 미래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불교의 진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도()와 과학을 한 그루의 나무로 접목시키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도인인 동시에 위대한 과학자여야 합니다.”

 

남지심

1944년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 장편공모에 「솔바람 물결소리」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자비와 연민의 시선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글을 써 오고 있다. 명성 스님의 유발상좌로 최근에는 30년 전부터 더해진 깊은 흠모의 마음을 한 권의 소설 『명성』에 담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우담바라』(4), 『연꽃을 피운 돌』, 『한암』, 『담무갈』(4), 『청화 큰스님』(2), 『욕심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새벽하늘에 향 하나를 피우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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