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7월 극단 신협이 무대에 올린 죽음의 보고서 「8장 7절을 거부한 화려한 여인」은 정인숙의 기구한 운명에 초점을 맞추어 허영과 자기반발에 가득찬 평범한 여인이 권력과 음모 자기모순속에서 불행과 슬픔으로 점철돼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정인숙의 첫사랑과 최고통치자와의 만남, 그리고 그의 무심함에 대한 자기반발과 오만으로 권력고위층의 비위를 건드리게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삶의 여정을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를 기초로 극화시킨 작품이다. 극단 신협은 당시의 사실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었다고 한다. 6.29 민주화 선언 이후 연극의 소재 및 주제가 확산되면서, 한국의 현실을 다룬 정치연극을 내세운 것이다. 연극은 사치와 허영, 그리고 미모를 소유한 정인숙이 첫 연인 방송작가를 만나는 데서 시작, 그녀가 권력의 핵심부에서 아이를 낳고 결국 심야의 강변도로에서 피살당하기까지의 여정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담았다. 정인숙의 첫사랑인 작가가 해설역으로 등장해서 극을 이끌어간다.
서울의 고급 요정 종업원인 정인숙(鄭仁淑, 당시 25세)이 1970년 3월 17일 밤 11시경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부근 강변3로에서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총격 암살된 사건으로, 박정희 정부 시절 벌어진 대표적 의문사 사건 중 하나다. 정인숙의 차를 운전하던 넷째 오빠 정종욱은 넓적다리를 관통당하였으나 택시 기사에게 도움을 청하여 구조되어 생존했다.
정인숙은 명지대학교 중퇴 후 KBS 라디오 방송 작가인 장사공과 사귀었다. 당시 장사공은 KBS 방송국에 <태양은 늙지 않는다>란 드라마를 집필할 만큼 인기 작가였고 정인숙은 곧잘 친구들에게 "우리 애인은 유명한 작가"라며 자랑했다. 이 과정에서 정인숙은 장사공과 깊은 연애 관계에 빠져 한때 장사공의 아이까지 임신했으나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 둘이 합의한 끝에 낙태를 했고 얼마 후 정인숙의 지나친 사치와 오만한 성격을 견디다 못한 장사공은 정인숙과 헤어졌다. 장사공은 KBS 방송국의 최고 인기 작가여서 수입이 꽤나 컸으나 그런 장사공조차 감당이 안 될 만큼 정인숙의 사치과 낭비벽이 지나쳤다. 자신에게 그동안 생활비를 주던 장사공과 헤어지자 먹고 살 걱정이 막막했던 정인숙은 자신의 뛰어난 외모를 살려 선운각이라는 요정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었다. 1960년대 후반에 미혼인 상태로 아들을 한 명 출산하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박통의 아들로 표현되고 박통이 정인숙의 실세로 나온다. 그러나 그 아들이 당시 정권 최고위층의 자녀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정치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스캔들이 되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정인숙의 수첩에 각계 고위 인사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재벌 회장님 몇 명과 박종규 대통령 경호실장, 이후락 주일 대사, 김형욱 前 중앙정보부장 등의 고위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박정희 대통령까지 적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일권은 정인숙 사건이 터지자 본인은 관련이 없고 박정희 대통령이 당사자라며 발뺌했지만 정작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가 본인과 정인숙과의 관계를 실토하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박정희는 국무총리의 사생활 스캔들의 부담을 염려하여 검찰에게 이 사건을 공안사건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김종필 등의 증언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정인숙의 아이도 정일권 前 국무총리와 용모가 매우 흡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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