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지숙 '구두코와 구두굽'

clint 2023. 9. 18. 17:11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닦새는 닦고, 찍새는 찍고. 닦새에게 소원이 있다면 
황금다방 영숙씨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 뿐 다른 큰 욕심은 없다. 
남들과 동일한 바램이기에 소박하다 생각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닦새에겐 발칙한
상상이며, 희망을 넘어선 한낱 꿈일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꿈을 꾼다.
찍새는 인생의 앞길이 구만리 같은 새파란 젊은이답게 미래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단 얘기
를 하며 늘 모색한다. 학교에서조차 포기했지만 아직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끓는 피가 찍
새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조바심과 의욕을 앞서게 한다. 그러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실행할 판단력은 부족한 상태다.
춤새는 어쩌면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풍족하진 않아도 즐길 줄 알
고 놀 줄도 알고. 다만 인생에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데 궂은 일, 싫은 일에 대해서는 애
써 외면하려는 현실 도피적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영숙은 돈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 강한 것은 돈이 지닌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다. 그러다 보니 늘 돈을 향해 해바라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구두굽 안에서 발견된 주인 없는 백만원 짜리 수표. 찍새, 춤새, 영숙은 백만원을 둘러싸고 서로의 욕심들 속에서 티격태격하고, 결국은 찢어져버린 수표. 셋은 수표를 투명테이프로 붙이려고 하지만 이때 나타난 닦새는 수표가 구두굽 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수표를 불에 태우고 마는데...



「구두코와 구두굽」(작 김지숙)은 서민적 삶의 구세대와 신세대의 사고와 철학의 갈등이 극의 흐름이다.
신세대들의 한탕주의 사고와능력은 되지 않으면서 요행을 바라는 개인주의, 
그리고 앞서 살아온 한 인간으로서의 고난의 삶을 바탕으로 인생의 스승이 되는 
구세대의 이해심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 있다. 
이 극에서는 구두코는 빛이 나고 앞으로 솟아 오른 만큼 미래지향적이며, 
구두굽은 어렵게 살아온 낡고 낡은 인생의 나이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대간의 도덕과 윤리의 충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접근한다. 
가볍지만 울림이 큰 작품이다.

 


작가 김지숙
동국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
2000~2004.12 계간 한국희곡 편집장
2003~현재     (사)한국희곡작가협회 저작권 부장
2005~현재     창작마을 상임단원
1999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인문학상 
2002      제5회 창작마을단막극제 최우수작품상 
2004      제7회창작마을단막극제 작가상 
2001      <Love is ... 설레임 그리고 무덤덤> 명동창고극장 외 전국
2002      <실타래> 명동창고극장
2003      <구두코와 구두굽> 명동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