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원작 최용석 극본 김수형 '닭들의 꿈, 날다'

clint 2023. 7. 22. 20:38

 

닭들에겐 죽음의 수용소인 양계장. 
꿈마저 통제하는 그곳에서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닭 꼬비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다가 잡혀간다. 
곧 꼬비는 친구 꼬끼와 함께 가까스로 양계장을 탈출하여 
새들의 천국이라는 비무장지대에 간다. 
그러나 그곳의 실상은 잔혹한 야생. 
굶주린 독수리와 개에게 사냥감이 될 뻔한 꼬비와 꼬끼는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고, 
이들을 설득해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고자 비행 훈련에 돌입한다.

 



우리는 각자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곳에서 꼬비와 꼬끼처럼 저마다의 꿈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꿈이건, 평생 간직해온 꿈이건, 말하지 못한 꿈이건 우리는 오늘도 꿈을 꾼다. 
우리 모두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품에 안고 있는 '꿈'때문이 아닐까? 
"닭들의 꿈, 날다"는 2014 제1회 창작국악극대상 작품상부문 최우수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꿈을 찾아 양계장을 탈출한 엉뚱한 닭들의 모험기를 판소리로 그려내어 
재미 속에 숨은 가치들이 마음 속 큰 울림으로 남는 작품이다.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꿈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이 시대의 '꿈, 환경, 평화, 연대'와 같은 가치들을 전달한다. 
창공을 날고 싶은 닭 '꼬비' 성대모사의 달인을 꿈꾸는 닭 '꼬끼' 
마지막 삶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외눈박이 '독수리' 
주인 할머니의 행복을 꿈꾸는 개 '멍구' 
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비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아버지. 닭도 하늘을 날 수가 있어요?” 어느 날, 꼬끼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간절하게 원하는 닭이 있다면 언젠가는 하늘을 날겠지.” ‘데미안’에 나오는 대사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꿈만 같은 이 이야기에 이어 할아버지는 자진모리로 유쾌하게 노래를 했다. “닭 조상 내력을 들어라. 닭들의 내력을 들어봐라. 닭은 양 날개 퍼덕이며 저 하늘을 훨훨 기러기 독수리 친구허고.” ‘수궁가’ 속 ‘사람의 내력을 들어라’ 대목이다. ‘원래 닭들은 날았지.’ 닭이 태어나 지금은 ‘요리’나 ‘닭싸움’으로 풍자되는 자신들의 자아를 절묘하게 그려낸 ‘닭 조상 내력’으로 ‘닭들의 꿈’은 시작된다.
어린 꼬끼의 엉뚱한 궁금증은 “하늘을 날고 싶다”고 털어놨던 꼬끼의 친구 꼬비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꼬비의 소원은 “닭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새들의 천국(비무장지대)에 가는” 것. “텔레비전에 나와 개인기를 보이는 게” 꿈이었던 꼬끼의 꿈은 이제 꼬비와 함께 하늘을 날며 개인기를 하는 거다. 두 닭은 사활을 걸고 양계장을 탈출해 나온다. ‘총보다 무서운 꿈’ ‘꿈은 관리자를 피곤하게 해’라며 그들의 꿈을 억압하는 사냥개들을 뒤로 하고, 트럭을 몰래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 결국 도착한 강원도 고성. 그러나 이곳도 꼬비가 원하던 지상낙원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굶주린 외눈 독수리와 노쇠한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급살 맞은 개 멍구가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날 독수리가 지뢰에 다리를 잃는 장면을 목격하기까지 한, 그곳은 살벌한 곳이었다. 자신들이 꿈꾸던 새들의 천국 ‘비무장지대’ 마저도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꼬끼와 꼬비는 결국 독수리의 날개와 멍구의 응원에 힘입어 북녘 하늘로 간다. 그 사이 꿈도 소망도, 도움을 얻는 이들도 마음을 모아 모두의 꿈을 펼쳐지고야 말았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소리꾼 최용석이, 음악은 함현상이 맡았다. 김수형의 극본 연출은 작은 소극장에서의 입체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최소한의 소품을 통해 효과적인 연출을 자아낸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배우들은 군데군데 손을 봐야할 목(성음)이 많다. 테리 이글턴은 사회주의 예술가들이 중간계급 시민들을 해체하자고 기운차게 말했다는 것을 예로 들며, “새로운 정치적 질서에는 감각 기관과 육체적 습관이 바뀌고 다른 기억과 동인을 갖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인간을 제공하는 것이 문화의 임무다”라며. 그의 말에 따르면 오늘의 ‘바닥소리’ 공연이야말로, 진정 인간을 계몽시킬 수 있는 공연은 아닐는지 생각하게 된다. 대작이 아니면, 대극장도 흥행이 어려운 시대에 ‘바닥소리’는 종로의 소극장을 15일간 대관했다. 공연이 시작하는 날 최용석 대표는 자신이 “빚을 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이 보러 와주시라” 공표했다. 결국 걸지게 한 판 놀음을 끝낸 무대에서 남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합’이라는 점이다. ‘바닥소리’는 오늘날 사회군상이 엮어내고 있는 실태 속에서 발견하는 억압과 공포, 횡포, 그 사이에서 잃고 마는 우리의 꿈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힘이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소리꾼의 역할임을 그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꼬끼 할아버지의 말대로 “꿈을 꾸면…, 꿈을 꾸면!” 정말 그 꿈은 이룰 수 있는걸까? (월간 객석 정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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