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선동 '도둑맞은 책'

clint 2023. 7. 17. 21:02

 

잠에서 깨어 눈을 뜬 서동윤은 낯선 공간에 감금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보조작가인 조영락이 나타나 시나리오를 쓸 것을 제안한다. 
주제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살인을 하고 작품을 훔친다" 제목은 "도둑맞은 책"
서동윤의 시나리오는 살인을 저지르고 훔친 작품을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작가의 

배신과 탐욕에 관한 이야기로 완성되어 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두 남자가 펼치는 치열한 본격 심리 스릴러 연극.
과연 서동윤이 완성한 시나리오의 진실은 무엇인가?



심리 스릴러극을 표방한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제51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장에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이 사라졌다. 그가 깨어난 곳은 어두운 지하 공간. 동윤의 몸이 결박당한 채 휠체어에 묶여 있다. 그를 납치한 것은 그의 보조작가 '조영락'이다.
영락은 동윤에게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라며 목숨을 위협한다. 시나리오의 제목은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살인하고 작품을 훔친다'는 내용의 '도둑맞은 책'이다.  동윤의 눈빛이 요동친다. 영락이 제안한 시나리오는 바로 동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동윤은 고심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기 시작한다. 데뷔작으로 일약 스타가 된 서동윤은 이후 계속된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다.  대학가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동윤은 제자가 쓴 작품에 매료돼 그를 살해하고 작품을 훔쳐 제2의 성공신화를 이룬다. 동윤의 삐뚤어진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살해한 제자의 아내를 탐하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를 죽인다. 영락에게 납치된 동윤은 광기 들린 듯 진실을 내뱉으며 작가로서 희열을 맛보게 된다. 
여기에 영락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작품은 결말로 들어서면서 영락이 왜 동윤을 납치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동윤의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미소를 짖는 영락의 모습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다.

 



심리 스릴러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스릴러라 할만한 살인장면은 물론 그 흔한 액션조차 없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통해 벗겨지는 서동윤의 숨겨진 이야기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만큼 대본의 힘이 강한 작품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무대 위 칠판을 투사하는 웹툰은 극에 역동성을 더한다. 
다만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리스릴러 극의 이야기를 놓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등 뻔한 교훈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동윤에게 희생된 제자의 절규 어린 외침을 전하려 한다. 
"당신은 영혼을 팔아서 도대체 뭘 얻었어? 원하는 걸 얻었어? 

결국, 돈과 안정된 삶, 여자, 권력 뭐 이런 게 필요했던 거야?"

 

 

작가의 글 - 유선동

'도둑맞은 책'은 창작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씌여진 책입니다. , 계약, 흥행, 명성 등을 쫓다 지쳐 말 그대로 자유롭게, 스스로를 힐링하며 작업했던 글입니다. 헌데 그렇게 완성된 글이 저에게 상을 가져다 주었고 만화로 제작이 되고 있으며, 그리고 이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합니다. 저도 다른 분의 원작을 가지고 작업해본 적이 있습니다. 원작이 있다는 건 편한 동시에 그 이상으로 부담스런 일이었습니다. 매체에 맞게 변형한다는 건 또 하나의 온전한 '창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작진을 처음 뵙던 날 원작을 죽여서 원작을 살려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드렸던 것입니다. 계절이 몇 번 바뀐 뒤 저는 아주 흥미진진한 희곡 한 편을 잃게 되었고, 그 작품의 리허설을 보면서는 배우들이 뿜어내는 기운에 저릿저릿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작품은 바로 '연극 도둑맞은 책이었습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새롭게 재해석한 마치 원래부터 무대를 위해 존재했던 이야기처럼어쩌면 '도둑맞은 책'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그릇이 무대, 바로 연극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원작자로서 무척 기뻤던 동시에 '도둑맞은 책'의 서작가가 느꼈을 법한 질투심 또한 간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작품을 즐기려고 합니다. 지나친 질투는 건강에 해로우니까요.

 

 

연극 <도둑맞은 책>은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연출)>,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감독 각본)>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감독), <아라한 장풍 대작전(각본)>, <내 심장을 쏴라(각본)> 등으로 탄탄한 각본력과 연출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유선동 감독의 동명영화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시나리오인<도둑맞은 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고자 마련된 공모전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다.

원작 <도둑맞은 책>은 성공적인 데뷔 이후 현재는 슬럼프에 빠져 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우연히 읽게 된 제자의 뛰어난 시나리오를 훔쳐 재기에 성공한 후 미스터리한 납치사건에 휘말린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전개로 원작 <도둑맞은 책>은 이미 만화로 연재되고 있음과 동시에 영화로도 계획 중에 있다. 특히나 연극 <도둑맞은 책>은 원작 시나리오가 단순히 무대로 옮겨지는 것을 넘어 변정주 연출의 손길을 거쳐 밀도 높은 2인극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원작 <도둑맞은 책>은 입체적인 무대화를 덧입혀 라이선스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현 공연시장에서 국내 창작 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다.

 

동명 웹툰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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