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손기호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clint 2023. 7. 14. 14:15

 


“나 강간당한 적이 있어요…” 
여자 남수_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기억을 가진 그녀.
성인이 된 남수는 그 기억의 충격으로 이유 모를 불안에 쫒기며 위태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그녀에게 남자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의심이란 이름으로 여자를 가둔, 난 남자여.”
남자 기훈_ 어릴 때 어머니의 간통을 목격한 기훈은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은 충격으로
성도착의 증세를 가지게 된다. 운명 같은 여자 남수를 만나면서 그의 속에서 끊임없던
요동들이 거짓처럼 잠잠해진다. 그러나…
성인이 된 여자 남수는 남자 기훈을 만나 과거를 잊고 딸을 낳아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남수는 사랑하던 남편으로부터 과거를 위로 받지 못하고 기훈의 성적 욕망 속의
묘한 질투들이 폭력의 형태로 변해 더욱 남수를 괴롭히고 결국 살인이라는 파행으로 치닫는다.
사랑하는 남수를 만나 행복을 꿈꾸던 기훈은 남수로부터 강간당한 적이 있다는 고백을 듣고 
폭력의 형태로 자신의 질투를 표현하고, 남수의 모든 것을 의심하며 

남수의 주변을 철저히 짓밟는다.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위로받지 못한 남수는 
딸 역시 자신과 같은 삶을 살까봐 두려운 나머지 어린 딸의 목을 조른다.
서천꽃밭 꽃이 지니 이슬이 눈물로 맺힌다. 꽃이 짐은 걱정 말라.
향내는 기억되리. 짐은 핌에서 온다….

 



이 작품은 상처받은 두 남녀의 사랑과 집착, 그리고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로 잘 알려진 손기호가 직접 쓰고 연출한 2006년 창작극이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욕망 혹은 그 감정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가 억누르고 있던 것들을 극단적으로 끝까지 표출한 작품이다. 사랑 위에 놓여진 남녀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상처와 집착, 광기, 욕망이 신랄하고 집요하게, 충격적으로 풀어졌다.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극을 지켜보며 관객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하는해설의 공간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삼신, 장골, 정령의 공간,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남수와 기훈의 공간으로 얽혀있다. 이 3개의 액자 구조는 관객들로 하여금 은밀한 것을 몰래 지켜보는 듯 비약과 압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직접적인 감정이입을 지양하고 끊임없이 거리 두기를 시도하며, 해설이 순간순간 액자를 열 때 관객들은 극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의 글 - 손기호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뒤틀린 성적욕망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 상처를 가진 남녀가 또 다시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을 자학하고 남을 폭행하며 결국 자멸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욕망이 끝없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윤회하고 있고 살아있다면 그 “욕망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 속에 있는 욕망의 그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욕망은 질투와 집착을 집착은 욕심을 동반하고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르게 되느니……
이 작품은 과거와 현제가 교차하고 현실 비현실이 공존하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신화의 세계가 함께 머물고 있다. 
형식에서도 고풀이 같은 무속의 율동과 음율이 있고 상징적인 몸짓과 소리 그리고 노래들. 극을 이끌어가는 연극적인 코러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무대와 관객사이의 제3의벽을 허물고 관객과 바로 소통하는 해설이 존재한다. 영상이 있고 여러 가지 무대 기술적인 상징이 있다. 이상의 다양한 무대언어에서 착안하여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고 해석하기로 하는 일부 해체를 감행한다. 해체된 작품 속에서 연출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 그리고 그 심연에 숨어있는 성적 모랄들을 감각적이고 날카롭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풀어내는데 집중을 한다.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욕망의 화두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극은 다양한 무대적인 언어를 베이스로 깔고 코러스의 극히 연극적인 상상력위에 주 드라마를 집약과 비약된 형태로 얹는다.  
해체되고 다양한 비쥬얼과 형이상학적인 복잡한 무대언어들을 적절히 조율하여 주제와 만나게 할 것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선동 '도둑맞은 책'  (1) 2023.07.17
위기훈 '노량격전'  (1) 2023.07.15
배해률 '사월의 사원'  (1) 2023.07.14
김재엽 '한남의 광시곡K-Men's Rhapsody'  (1) 2023.07.13
위기훈 '몽양, 1919'  (1)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