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윌리엄 셰익스피어 '아테네의 타이먼'

clint 2015. 11. 10. 08:57

 

 

 

 

 

타이먼의 성품이 비극의 씨앗이 되어 중인주의자가 된다는 줄거리인데 사실 그 자체로 보면 이 시대의 셰익스피어도 그렇거니와 다른 작가도 이처럼 단순 한 것은 별로 없다. '아테네의 타이먼'은 인덕을 갖춘 대부호로 호사스런 연회를 개최하고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큰 희열로 여긴다. 결국 막대한 재산을 탕진하게 되자 타이먼은 그간 은혜를 베풀어 준 친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지만 이들은 도움은커녕 오히려 부채를 갚으라고 재촉한다. 타이먼은 이에 극단적인 인간증오주의자가 되어 아테네를 떠나 산림 속의 동굴에 숨어 살게 된다. 마침 지하에 묻힌 황금을 발견하게 되나 이를 경멸하고 인간을 증오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다. 이를 알게 된 자들이 다시 찾아오나 그들을 쫓아버 리고 추방되었다가 군을 이끌고 쳐들어가는 앨시바이어데스가 찾아오자 아테네 시민 전부를 몰살시키라고 황금을 내주고 해변 가에 묘지를 만들고 묘비명을 새긴 다음 죽어버린다. 결국 타이먼은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성품이 전혀 융화되지 않고 종말을 고하는 극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증오하는 타이먼, 도시와 산림 속, 사회와 인간 등, 이 모든 일련의 대립으로 이루어진 희곡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전반의 1~3막과 후반의 4, 5막으로 된 2부 구성의 대립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극중에서 애페맨터스가 말한 대로 “양극단뿐인 세계이다. 이러한 점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아리스토텔레스 적 비극의 진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점이라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중에서 '아테네의 타이먼'처럼 상연이 되지 않은 극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은 많이 읽히지도 않거니와 이 극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게다가 창작의 소재나 연대 또한 분명치 않다.
4대 비극을 마무리한 후에 창작된 것으로 알려진 '아테네의 타이먼'은 1623년에 출판된 제1폴리오 본 전집에 수록되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을 때에는 햇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되는 셈이다. '아테네의 타이먼'의 창작연대가 1601~1602년이라는 설과 1605년 전후라는 설 두 가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풍자와 냉소적인 면에다 시각을 맞추는 학자들의 주장으로, 이들 학자들은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더'와 거의 같은 무렵인 1601~ 1602년에 쓰여 졌다고 추정한다. 말하자면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더'의 중심인물인 입이 거친 서사이테스와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타이먼을 야유하기도 하고 때로 경고하기까지 하는 애페맨터스가 비슷한 데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추정이 그들의 설을 뒷받침해주는 고임돌이 된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에다 초점을 두고 있는 학자들은 이 작품이 『리어왕』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로 넓은 의미에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그 하나는 타이먼의 대사와 리어왕의 대사가 서로 맥이 통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면에서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던 타이먼이 파산을 하게 되자 은혜를 베풀었던 친구들의 배은망덕에 실망하여 인정의 무상함을 저주하는 내용과, 세 딸들 중에서 달콤한 말만 늘어놓던 두 딸의 허언을 철석같이 믿고 국토를 분배해 주었다가 끝내는 광분하게 되는 리어왕의 심적 상황과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작품이 주제나 분위기 면에서 비슷하며 '리어왕'을 제작한 직후인 1607년 경, 혹은 다소 후에 '아테네의 타이먼'이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하여 또 하나 흥미로운 학자들 간의 추정이 있다. 즉 주인공의 성격 창조와 극의 진행 등을 눈여겨본다면 같은 시기의 다른 극들에 비해 극적 탄력성이라든가 극적 농도가 말할 수 없이 미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셰익스피어가 손질했다고 보는, 이른바 개작 설을 내세우는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미완성 유고를 다른 사람이 가필했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필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테네의 타이먼'의 소재로는 다음의 몇 가지가 알려지고 있다. 월리엄 페인터의 '환락궁' 중에 수록되어 있는 '타이먼의 이야기', 플루타르크의 '앤토니어스 전', 고대 그리스풍자시인 루시언의 대화편에 나오는 '타이먼- 일명 중인주의자'에서 빌려왔다고 알려져 있다. 루시언의 '타이먼'과 '아테네의 타이먼'은 내용적으로 비슷하다. 배은망덕을 근원적 줄거리로 하고 있다는 데서 유사점이 있다고 본다.
콜리지는 '아테네의 타이먼'을 '리어왕'의 여진이라고 평했고 도버 월슨은 "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와 더불어 '리어왕'이 사산한 쌍둥이”라고 불렀지만, 확실히 두 작품 사이에는 배신으로 인한 내적 연계가 있다. 배은망덕에 자신과 세상에 격분을 토하며 숲의 동굴에서 사는 타이먼의 모습은 의관을 벗어던지고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황야를 배회하는 광기어린 리어왕의 이미지와 사뭇 중첩된다.
월터 로리는 "아테네의 타이먼"을 "리어왕에 매우 근접한 소산”이라고 평했다. 월슨 나이트는 “눈먼 자신은 인간의 동경의 정화”라고 하며 “타이먼의 세계는 시가 현실이 된 것이며 꿈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사람의 숨결이 들리는 시의 세계이다.”라고 했다. 데이비드 베빈 턴은 “인간증오에 대한 가장 잔혹한 연구”라고 평했다.
플루타르크의 '앤토니어스 전'은 '아테네의 타이먼'의 주요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액티엄의 해전에서 패한 앤토니는 타이먼처럼 은덕을 베풀었던 자나 친구라고 생각했던 자들의 배은망덕한 처사를 목도하고 모든 인간에 대해 격분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작심한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티이먼'의 극작술이나 성격묘사, 희곡구조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평론가들도 없지 않으나, 주인공인 타이먼의 인간상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월슨 나이트는 “타이먼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주인공의 원형이며, 햄릿보다 리어왕보다 더 고귀한 존재”라고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월리아드 화남은 타이먼을 “맥베드, 앤토니, 코리올레이너스와 함께 깊은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그들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인 고귀함'이란 말로 설명하고 있기도하다.
또 어떤 평론가는 이 작품 전반의 타이먼을 이렇게 평하고 있다. 그는 완전무결한 우정을 베푸는 신과 같은 인간이며, 인류를 가장 사랑하는 인간, 인간을 판단하지 않는 자애로운 인간, 마음과 마음 또한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완전한 만족을 발견하는 그런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시각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 대표적인 평론가의 한 사람은 O. J. 캠벨로서 “이 작품은 비극적인 색조가 짙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풍자극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그는 또 타이먼을 가리켜 우직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경멸당해 마땅하다고 부정적이며 자극적인 평을 내리고 있다. 하여튼 타이먼이 우직 하며 사람을 식별하는 안목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리어왕'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