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는 젊고 아름답고 현명하지만 밤마다 심약하고 고독한 왕의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여자이고 추기경은 그런 왕을 이용해 권력을 차지하려 하고
항상 눈의 가시처럼 구는 왕비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벌인다.
왕의 외면과 추기경의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왕비는
자신의 몸종인 보나쉬와 젊은 예비 총사 달타냥과의 사랑을 목격하게 되고 아내로써의
복수심과 왕비로써의 불안한 위치를 만회하기 위해 달타냥을 유혹해 아들을 낳게 된다.
얼마 뒤… 부정의 산물인 아들의 존재를 위협 당한다고 느낀 왕비는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왕을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사랑한 남자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달타냥을 왕의 살인범으로 지목하게 된다.
반면, 한 평생을 자신이 사랑한 남자의 아들을 키워오며 상처받은 보나쉬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채근하는 왕비에게 죽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비밀을 털어놓으며
연적으로써 마지막 복수를 하게 되고…
<죽도록 달린다>는 ‘활동 이미지극’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듀마의 소설 ‘삼총사’를 기막힌 극적 상상력으로 뒤엎어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도한다. 입봉작가와 입봉연출이 만든 입봉작품인 2004년 연극 <죽도록 달린다>는 작품성 있는 기존 스토리에 세련된 드라마를 입혔다. 특히 작품에서 보나쉬와 왕비, 이 두 여인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애정에 대한 갈구와 나약함, 욕망이 가진 이중성 등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발산해 낸다.
사랑과 우정에도 정치적인 계산이 필요한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 하고, 숨 가쁜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욕망을 쫓아 살아가는 현 시대를 풍자하여 희망과 비애, 웃음과 눈물을 전달한다.
「죽도록 달린다」라는 이색적인 연극 제목 위에는‘5433초의 숨막히는 쾌속 질주’라는 자극적인 어깨 제목이 붙어 있었다. 1시간 몇 십 분에 이르는 공연 시간을초로환산한게 ‘5433초’일텐데, ‘공연 내내 배우들을 뛰게하는 연극’은 2004년 4월 초연돼 평단의찬사를 받았고 그해 동아연극상 새개념 연극상을 수상했다.
알렉상드르 듀마의 소설 <삼총사>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추기경의 음모를 벗어나기 위해 달타냥과 삼총사의 도움을 받아 왕비의 목걸이를 찾아온다는 모티브 이외의 이야기는 모두 작가 임의에 따라 설정되어졌으므로 프랑스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재창작된 작품이다. 원작에서는 추기경 등의 음모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왕비가 달타냥을 유혹해 왕자를 낳고 왕을 죽인 뒤 왕자를 권좌에 올린다. 극작가 한아름은 달타냥과 왕비의 시녀 보나쉬의 애틋한 사랑 대신 정치적 셈법에 따라 왕비의 유혹을 수락하는 달타냥을 그린다. 또 달타냥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를 키우던 보나쉬 역시 추기경의 사주로 왕비를 죽이고 권좌에 오르려다 살해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활동 이미지극-죽도록 달린다>는 <보는 시간, 듣는 공간>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의 시각화/청각화 작업을 해온 로버트 윌슨 (Robert Wilson)의 이미지 연극을 확장시킨 개념으로 이미지 연극이 연극적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미지와 연속 시청각 적인 요소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존 윌슨의 개념에 기인하여 일련화 된 이미지에 동력을 부여하면 활동사진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연극에서 달리는 행위는 두가지 뜻으로 대별된다. 도입부에서 달타냥과 삼총사의 말 달리기와 뛰기는 용기·우정·사랑·정의 등의 대명사가 된 ‘삼총사’란 말에 어울리는 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달리기는 권력에 눈먼 욕망의 질주로 읽힌다. 신나게 달리던 달타냥과 시녀가 차례로 죽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죽도록 달리기’는 사랑과 자유를 향한 건강한 것에서 점차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는 파시스트적 속도로 변한다. ‘사랑’에 정치감각이 개입하자 달리기가 죽음을 향한 행진으로 변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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