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캐롤린 카바 '얼리 걸'

clint 2023. 4. 14. 18:24

 

소도시의 고급 살롱에 17살짜리 릴리라는 새 아가씨가 온다. 릴리는 동료들에게 어린 아기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한달간만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 중퇴자로 자기 패배감에 사로잡혀 창녀가 된 진은 어린 릴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살롱 마담 라나는 자기집 아가씨들이 서로 경쟁하게 부추겨 돈을 벌고 있다. 릴리는 이 경쟁에 휩쓸려 일등이 되기 위해 동료들 간의 불문율을 깨뜨리는 사고를 내며 이 생활에 빠진다. 한달이 지나자 마담은 손님에게 인기가 높은 릴리를 놓치기 싫어서 술수를 부린다. 진은 릴리를 창녀촌에서 내보내기 위해 동료들을 규합하여 마담에게 대항한다. 마담은 결국 릴리를 보내주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된 진은 고의로 규율을 깨뜨리고 창녀촌을 나가려 한다.

 

 

캐롤린 카바(Caroline Kava):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네이버후드 플레이하우스 스쿨 오브 더 티어터 (the Neighborhood Playhouse School of the Theatre)에서 공부했다. 카바는 자신이 배우로서 연극, TV,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얼리걸(the Early Girl)은 그녀의 처녀작이다.

 

 

역자의 글 배유정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화 한통이면 이 고립된 소우주와 바깥세상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그 수화기를 집어 들지 못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마담의 규칙이라는 이유 하나로 창녀들은 스스로를 구속하는데 암암리에 공모자가 되어 버린다. 개인의 판단력을 마비시켜 버리는 환경의 힘에 맞서서 한 개인이 자신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힘겨운 여정과 갈등을 생각해볼 때, 창녀촌이라는 선정적인 배경은 단지 이 주제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은유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어느 조직, 단체,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보편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의 기재가 전면에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담의 사업가적 수완과 매력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악하게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반발할 수 있는 가시적 억압보다는 개인의 성취욕을 자극하는 인센티브와 보상, 회유로 창녀들이 발을 빼지 못하도록 교묘히 통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극명히 드러난 억압보다 더 섬찟한 지도 모른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는 극도로 분화되고 전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자기분야에 대한 근시안적 성취에 급급하여 총체적인 시각을 상실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다. 이 극의 묘미는 이러한 큰 주제를 여인네들의 작은 소망, 질투, 야심과 꿈을 통해 보여 주는데 있지 않나 본다. 언제나 번역이란 작업은 딜레마가 있기 마련이다. 가장 원문에 충실하고자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도저히 전달될 수 없는 말의 ""이 있기 마련이다. 또 그 ""을 내자면 원문을 과감히 버려야 할 상황에 부딪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원작자의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 못한 부분이 있다면 무대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의 생동감이 이를 충분히 보완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