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히라타 오리자 '혁명일기'

clint 2015. 11. 9. 20:33

 

 

 

 

 

마스다 타케오와 마스다 노리코는 도시 근교의 평범한 주택가에 사는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들은 과격파 혁명 조직의 조직원이다. 어린 아들 순스케를 시골 처가에 맡겨놓고 있는 것도 순스케의 심한 아토피 때문이 아니라 조직 활동을 위한 것이다.
어느 저녁, 그들의 집에 조직원들이 모여 테러 계획을 논의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 모임은 곧 ‘일반인’- 즉 외부 사람들의 방문으로 방해를 받는다. 이웃집 주부 후쿠모토가 동네모임의 일을 부탁하러 오자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마추어 재즈밴드의 멤버들인 척 한다. 또 이들 조직의 지지자인 시민이 술에 취해 들이닥치기도 한다. 이 조직은 과격파 집단이 아니라 온건한 시민운동 조직으로 위장한 채 활동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문을 피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도 조직원들의 논의는 계속된다. 그러는 가운데 투쟁 노선을 놓고 격렬한 언쟁이 오가기도 하고, 마스다 타케오와 치바 아케미의 관계 등 이들 사이의 연애 관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집밖으로 나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던 시노다가 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사태를 파악하고 수습하기 위해 조직원들은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데…..

 

 

 

 

<혁명일기>의 초고는 1997년에 쓰여져 당시 주목 받는 연출가들의 그룹이던 [P4]의 합동공연 'Fairy Tale'(연출 야스다 마사히로)>의 일부분으로 공연되었다. 그 후 10년 뒤인 2008년, 히라타 오리자는 자신의 극단 청년단의 신진 공연을 위해 이 희곡을 대폭 수정하여 자신이 직접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다시 2010년에 이 작품을 극단의 본 공연으로 연출함으로써<혁명일기>는 극단 청년단의 새로운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90년대 전반,<서울시민>,<도쿄노트>등의 일련의 작품을 통해 ‘가족’을 소재로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 주목했던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중반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옴진리교 사건을 계기로 ‘집단’과 ‘조직’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게 된다.
히라타 오리자는 특히 이 작품에서 집단의 논리와 개인의 일상 사이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극좌 혁명조직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조직원들의 회합을 세밀하게 그려가는 가운데
절묘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고 있다.

 

 

 

혁명과 일상 조직과 개인의 문제를 다룬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 ‘혁명일기’는 혁명운동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혁명가의 일상 중 어느 한 부분을 그려낸 이야기로 조직원들의 회합을 소재로 집단과 조직이 낳게 되는 문제를 절묘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동안 알고 있는‘히라타 오리자’는 조용하고 서정적이며 지적인 작품 세계를 지닌 극작가로 여겨져 왔지만 아이러니와 골계미 넘치는 ‘혁명일기’는 우리의 그런 선입관을 흔들어 놓는다.
이 작품은 과격파 혁명조직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조직원들의 회합을 소재로 집단과 조직이 낳게 되는 문제를 절묘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고 있다.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선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혁명의 리거리즘이 오히려 더욱 비정하게 보여 묘하게 가슴이 아려오는 작품이다. 언뜻 보면 평온한 생활을 보내는 듯한 부부가 등장한다. 공항습격작전을 준비 중인 혁명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와 한 여전사가 격론을 벌이게 된다. 그녀가 동료와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 그가 심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며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인간에게는 지극히 근원적인 감정이다. 그 감정을 적이라 하며 무시해버리는 지도가 격의 남자 그 거만하고 냉담한 표정은 관객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남녀 간의 문제로 파탄이 나버린 혁명운동은 한두 개가 아니며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을 눌러버리면서까지 성취해야 하는 혁명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히라타 오리자

1962년 도쿄 출생 극작가, 연출가 극단 청년단(青年団) 대표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디자인센터 교수
대표작 :<혁명일기>,<도쿄노트>, ,<모험왕>,<얄타회담>,<서울시민>3부작,<과학하는 마음>3부작,<강 건너 저편에(한일합작연극)>수상 : 2006 몽블랑 국제문화상 수상
2003 아사히 무대예술상 그랑프리 수상(강 건너 저편에)
2002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작품상 수상(우에노동물원 재재재습격)
1998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연출가상 수상(달의 곶)
1995 기시다쿠니오 희곡상 수상(도쿄노트)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히라타 오리자는, 자극적이고 격렬한 연극이 유행하던 당시 일본 연극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마치 일상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 담담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작품들을 발표하여 주목 받는다.
히라타는 대학에서 인문학(역사)을 전공했지만, 그의 관심 범위는 아주 넓어서 작품 속에는 고고학, 생명과학, 미생물학,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탁월한 식견이 드러난다.
히라타 오리자의 독특하고 세련되며 지적인 작품세계는 일본뿐 아니라 동시대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대학 시절 서울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 이래 그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에는 한일합작 연극<강 건너 저편에>에 공동 작가 및 공동연출자로 참여했고,
<서울시민>,<도쿄노트>등의 작품을 자신의 극단 청년단의 내한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또,<서울노트 (원제:『도쿄노트』)>,<서울시민1919>,<과학하는 마음>시리즈,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잠 못 드는 밤은 없다>등 많은 희곡이 번역 공연되어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일본 극작가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