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바이올라 M. 라구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간절한 사랑'

clint 2023. 3. 15. 15:02

 

 

오르페우스(Orpheus)는 아폴론과 칼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에게서는 리라 연주 재능을, 어머니에게서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물려받았다. 리라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 인간들은 물론이거니와 동식물들까지도 음악에 취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잊어버리곤 했다. 오르페우스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케(Eurydike)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식 날 결혼의 신 히메나이오스가 들고 있던 축복의 횃불이 꺼져 피어오른 연기 때문에 하객들이 기침에 시달리는 불길한 징조가 일어난다. 불길한 징조는 곧 현실로 나타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에우리디케는 들판으로 나들이 나갔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와 마주친다. 아리스타이오스는 에우리디케의 미모에 매료되어 덤벼든다. 겁에 질린 에우리디케는 필사적으로 달아나다가 풀밭에 숨어 있던 독사에 발을 물려 즉사하고 만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오르페우스는 졸지에 찾아든 엄청난 비극으로 바닥없는 비탄 속에 빠진다. 그는 음악으로 슬픔을 달래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저승 세계로 가서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아오기로 작심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몸으로 저승 세계를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렇지만 산천초목까지 감동시키는 오르페우스의 음악이 이를 가능케 한다. 그는 저승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뱃사공 카론과 삼두견 케르베로스를 음악의 힘으로 제압하고 마침내 저승의 주인인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리라 반주에 맞춰 구성지게 노래를 부른다. 

 

하데스에서 노래부르는 오르페우스

 

“언젠가는 누구든 올 수밖에 없는 저승 세계를 다스리는 신들이여! 저의 애달픈 사연을 들어주소서. 제가 이곳에 온 것은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캐기 위해서도 아니요, 입구를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개와 힘을 겨루기 위해서도 아니랍니다. 저는 오직 독사에게 발이 물려 행복의 정점에서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랑하는 아내를 찾으러 왔을 뿐입니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였답니다. 사랑은 이승이건 저승이건 간에 모든 것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알고 있지요. 저승의 군주시여! 부디 에우리디케의 명줄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제발 그녀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만약 이 간절한 청을 거절하신다면 두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승전가를 높이 부르소서.”
오르페우스의 아름답고 구슬픈 노래는 저승의 망령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또한 무한한 감동을 받고 그의 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에우리디케를 뒤따라가게 할 텐데, 그녀가 저승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오르페우스가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르페우스가 앞서 가고 에우리디케가 뒤따르는 저승 이탈 행렬이 시작된다. 오르페우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어두운 저승길을 묵묵히 앞장서 걷는다. 그러나 저승 세계를 벗어나기 직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고 만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애처로운 눈빛을 남기며 저승 세계로 다시 끌려 들어간다. 오르페우스가 사라져가는 아내를 잡으려고 안타까이 팔을 내밀었으나 캄캄한 허공만 잡힐 따름이었다.

 


 에우리디케와 다시 한 번 헤어진 오르페우스는 혼신의 노력으로 저승 문을 두드리지만, 닫힌 문은 두 번 다시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의와 비통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세상과 등진 채 은둔의 삶을 택한다. 이후 수많은 여인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를 태우지만, 에우리디케만을 마음에 담고 있는 오르페우스는 냉랭하게 외면한다. 여인들의 모욕감과 마음의 상처는 날로 커간다.
디오니소스 제전에 참여한 트라키아의 여인들이 실의에 잠긴 오르페우스를 발견하고 분노하여 돌을 집어 던진다. 그러나 돌들은 그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힘을 잃고 발밑에 떨어져버린다. 그러자 여인들은 소리 높여 악을 써 음악 소리를 잠재우면서 돌을 던진다. 오르페우스는 무수한 돌에 몸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어 쓰려진다. 광기에 사로잡힌 여인들은 그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고 머리는 리라에 박아 에브로스 강에 던져버린다. 오르페우스의 머리가 박힌 리라는 강물에 떠내려가면서도 슬픈 음악을 연주한다. 무사이 여신들은 찢어진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루고, 제우스는 그의 리라를 하늘의 별자리로 박아준다. 망령이 된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내려가 에우리디케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엘리시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다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