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바이올라 M. 라구소 '프로크리스와 케팔로스, 의심의 연인'

clint 2023. 3. 15. 13:09

 

사냥을 좋아하는 젊고 아름다운 청년 케팔로스는 아테네의 공주인 프로크리스를 사랑하고 결혼하여 신혼생활에 푹 빠져 있던 나날에도 사냥을 즐겼다. 프로크리스와 결혼한지 두 달 만에 그는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받게 된다. 

“하지만 내 사랑은 프로크리스였지 여신이 아니었어요. 프로크리스는 언제나 내 입술에, 내 가슴에 있었어요.”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케팔로스에게 에오스는 분노하여 저주한다.

 “이 은혜를 모르는 자야, 우는 소리 이제 그만해라. 프로크리스가 그렇게 좋으면 가려무나. 하지만 너희들 앞일을 꿰어보니, 너는 아무래도 프로크리스와 혼인한 것을 후회하겠다.”

 


여신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기쁨도 잠시, 여신의 경고에 의심이 생긴 케팔로스는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로 변장해 그녀를 시험해 본다. 프로크리스는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끈질기게 계속되는 낯선 이의 선물과 구애에 결국 무너진다. “이런 더러운 여자여, 여기에서 그대를 유혹하던 자가 바로 그대의 서방이다. 이제 그대는 가면을 벗었구나. 이제야 나는 그대가 부정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케팔로스는 아내 프로크리스를 ‘더러운 여자’라고 단죄하며 비난한다. 그리고 절망한 프로크리스는 남자들을 혐오해, 순결한 처녀들을 보호하는 신전에 가서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아내를 잃고 나서야 케팔로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극구 사죄하며 지극 정성으로 그녀의 마음을 되돌린다. 또한 방황하던 그녀도 케팔로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남편 곁으로 가고자 한다. 결국 프로크리스는 남편의 곁으로 돌아오는데.... 다이아나 여신은 떠나는 프로크리스에게 마법의 선물 두가지를 준다. 바로 ‘주인에게 반드시 되돌아오는 창’과 어떤 짐승도 따라잡을 수 있는 라이라프스)라는 개가 그것이다. 프로크리스는 사랑하는 마음에 다이아나의 선물을 케팔로스에게 건넨다.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돌아가던 중 프로크리스는 자신도 변장해서 시험해보기로 하는데 같은 방법으로 변장하여 케팔로스를 유혹하자 단번에 넘어온다. 결국 무승부로 둘은 진정으로 화해를 했다.

 



이렇게 화해한 후, 케팔로스는 아침 해가 뜨면 아내가 선물한 창을 들고 사냥감을 찾아 숲을 헤메이곤 했다. 사냥에 지치면 그는 이렇게 되뇌이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오라, 아우라(Aura)여, 내 가슴으로 오라, 내 소원 들어, 뜨거운 가슴 식혀다오...’  이때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는 프로크리스에게 남편이 ‘아우라’라는 여자와 숲속에서 바람을 피운다고 전하자 분노한 그녀는 그의 사냥을 몰래 따라가기로 한다. 케팔로스는 사냥도중 버릇대로 아우라를 부르는 말을 하는데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힘껏 창을 던지고, 그 창으로 가슴이 꿰뚫린 것은 사슴이 아니라 사랑하는 프로크리스였다. 죽어가는 프로크리스의 마지막 말은 자신이 그간 모자라는 아내였더라도 부디 아우라에게만은 가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케팔로스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내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내에게 간곡히 말하자 그녀는 의심을 거두고 행복한 미소를 띠고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