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 없는 어느 한적한 동네 골목길. 동진, 영실, 미나, 순이는 늘 티격태격하면서도 이웃으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 네 집 앞에 정체불명의 쌀통 하나가 버려진다. 임자 없는 이 쌀통을 누가 치울 것인가를 놓고 또 다시 티격태격. 순이 네가 그 안에 담긴 쌀로 떡을 쩌 먹자며 제안하고, 쌀을 말리기 위해 쏟아 붓는다. 그런데 웬걸 쌀과 함께 말라비틀어진 아이 손가락이 나온다. 경악하는 그녀들! 그리고 아이의 작은 발도 발견된다! 범인이 누구일까? 동네 주민들 하나하나 의심하며, 범인을 지목해 본다. 단서를 찾기 위해 쌀통을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까망 봉지가 있다…. 까만 봉지를 들여다보니, 순간! 그녀들의 눈빛이 이상하게 반짝이기 시작한다.
2010년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는 '좌충우돌 단무지' 동진'순한 어린양' 영실, '도도한 야시' 미나, '동네 싸움닭' 순이 등 4명의 동네 아지매들이 벌이는 공포 코믹물. 네 명의 다혈질 아지매들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는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과 독특한 사투리로 극의 전반을 맛깔스럽게 이끈다. 버려진 쌀통을 가짐으로 인해 생기는 공포와 불안에 오늘을 사는 여성들 혹은 현대인들의 비속함과 불안심리가 자연스럽게 배어들게 해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며 비양심적인 세태를 풍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의 희화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에 흐르는 오싹함은 덤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내게로 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재작년 여름,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한 동네에 할머니 한분이 이사 오시면서 쌀통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어찌나 재밌던지‘꼭 써야지’했는데 결국 이렇게 열매를 맺었다. 머릿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지만 아직까지 내가 잘 쓸 수 있는 건 일상에서 비롯된 극적 일상인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의 희화화를 통해 인간을 풀어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또 어느 날, 그가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 난 그를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겠지. 그와의 만남,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리고 그 만남을 이끄시는 이, 당신께 감사한다.
작가의 글 중 - 김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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