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의 죽음과 함께 문을 닫은 카페 커튼콜. 홀로 남겨진 반지는 말없이 훌쩍 떠났다가 1년 만에 되돌아오고, 옛 연인 우람과의 재회로 극은 시작된다. 반지와 우람은 깊은 영혼의 상처를 지닌 짐승처럼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다. 우람은 어린 남자와 사귀는 엄마 정란의 이야기를 꺼내며 반지가 들어주기를 원하지만, 반지는 그런 우람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정란의 등장으로 카페 커튼콜은 뜻밖의 열기에 휩싸이게 된다. 우여곡절 함께 지내게 된 정란과 반지는, 반지의 아버지가 남긴 대본과 연극놀이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는데...

<서글퍼도 커튼콜>은 어린 시절 성폭행당한 기억을 안고 힘들게 살아가는 두 여자를 통해 삶에 대한 용기를 전하고자 한 작품이다. 하지만 과도한 문어체 대사들과 배우들의 빠른 대사처리, 툭툭 끊어지는 극 전개로 인해 관객에게 녹아들지 못하면서 끝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관객들의 가슴은 무거워지게 만드는 아쉬움 많은 연극으로 남았다.
과거 장사 잘 된 카페로 유명했던 ‘커튼콜’, 주인의 죽음 이후 남겨진 딸 ‘반지’는 말없이 훌쩍 떠났다 일 년 만에 돌아와 옛 애인 ‘우람’과 재회한다. 은둔 형 외톨이인 반지와 엄마의 복잡한 남자관계로 상처받아왔던 우람은 티격태격 대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서로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젊은 남자의 아이를 가진 우람의 엄마 ‘정란’이 임신한 채 ‘커튼콜’을 찾고, 반지와 정란은 카페에 남겨진 대본을 통해 연극놀이를 하며 서로 비슷한 처지임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우람의 일방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사랑표현에 상처받은 반지를 정란이 감싸주며 둘은 둘 만이 해줄 수 있는 위로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진다. 작품이 뜻하고자 하는 바는 관객에게 쉽게 어필된다. 작품 구조가 단순하고, 후반부 관객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사들은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특히 연극의 커튼콜에 비유한 “누구나 사는 건 이렇게 절박한데, 행복이나 이해를 바랄 수는 없어도 서글픈 인생에 ‘수고했다’ 박수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대사가 인상 깊다. 하지만 작가의 첫 작품이어서 일까?<서글퍼도 커튼콜>은 대중연극으로는 자리매김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점도 드러냈다.
먼저 과도한 문어체로 이뤄진 대사와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빠른 대사처리는 집중력을 흐트러트렸다. 여기저기 쉴 새 없이 등장하는 문어체 대사는 마치 원문 그대로 번역한 고전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이해되지 않았고, 배우들의 빠른 대사처리는 언어영역 듣기평가 테이프를 2배속으로 틀어놓은 것처럼 귓속에서만 맴돌았다.

매 장면마다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카페 ‘커튼콜’에 임신한 정란이 갑자기 찾아와 함께 지내기로 한 다음 장면에서 연극<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는 반지와 정란의 모습, 또 불쑥 찾아와 반지를 강제로 범하려는 우람의 모습은 앞 장면들과 연계성을 전혀 찾을 수 없어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아울러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고양이 소리,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이뤄지는 장면에 등장하는 그림자, 마지막에 등장하는 우람의 사고소식에 담긴 의미도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관객들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작품은 ‘위로’라는 결말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린다. 스토리도, 대사도 쉴 새 없이 흘러가 끝내 상처받은 두 여성의 진심어린 위로를 이뤄낸다. 장면과 장면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투박하고 빠른 대사처리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더라도 관객들은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는 정란과 반지의 키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아무리 연극이 서글퍼도 커튼콜은 빛나야 하잖아요.”라는 대사는 마치 이 작품을 만든 모든 이들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부탁과도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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