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원잡극 '양산박의 다섯 호랑이가 감옥을 습격하다'

clint 2022. 8. 8. 21:23

 

 

양산박의 다섯 호랑이가 감옥을 습격하다는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명초에 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잡극이 통상 4절인 것에 비해 모두 5절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박천조, 이응이 극을 이끌어 가고는 있지만, 내용상 주인공은 한백룡이라고 할 수 있다. 양산박의 다섯 호랑이(이규, 노지심, 무송, 유당, 완소오)가 위험에 빠진 한백룡을 구하는 내용이지만, 한백룡의 고상한 인격과 선량한 마음이 오히려 다섯 호랑이의 용맹함보다 더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1절에서 이응은 송강의 부름을 받고 산채로 올라간다. 이후 한백룡을 양산박으로 불러들이라는 송강의 명령을 받은 이응은 하산한다. 2절에서 이응이 동사할 뻔한 것을 한백룡이 구해준다. 한백룡은 이응이 나이는 어리지만 총명한 젊은이라는 것을 알고 의형제까지 맺는다. 이응은 한백룡의 품성을 칭송하는 노래를 여러 번 하여 한백룡의 인의를 강조한다.

3절에서 무송과 노지심이 박천조 이응을 데려오라는 송강의 명령을 받고 한백룡의 집을 찾아오고, 이들은 이응과 같이 한백룡을 양산박으로 끌고 갈 방안을 모색한다. 이응은 한백룡이 "그를 논하자면 영웅으로 지모가 있으니 철봉을 가지고도 대적하기 어렵고 감히 공격하면 가볍게 용서함이 없다고 말하면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을 강조한다. 결국 노지심이 탁발승으로 분장하고, 무송은 행자로 분장하여 한백룡을 양산으로 유인하고 이응은 남아서 한백룡의 집을 불태울 것을 결정한다.

4절에서 청명절을 맞이하여 한백룡과 이응은 서로 술을 권하며 봄날을 즐기다가 이응이 먼저 집으로 향한다. 이때 계획대로 노지심과 무송이 등장하여 한백룡에게 고기와 술을 달라고 하다가 서로 싸움이 붙는다. 한편 먼저 집에 도착한 이응은 한백룡의 집을 불지른다.

5절에서 노지심· 무송· 유당· 완소오 네 사람이 한백룡을 유인하여 양산박에 오른다. 한백룡은 한사코 고향 난주로 돌아가기를 청하고 송강은 이를 허락한다. 그러나 난주에 도착하자마자 한백룡은 양산박 무리와 내통하였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힌다. 이 소식을 들은 양산박의 다섯 호랑이는 한백룡을 구하기 위하여 옥을 급습하고 한백룡과 감옥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구해준다. 이후 한백룡을 데리고 무사히 양산에 오른다. 한백룡은 송강에게 감사하고, 다섯 호랑이는 송강에게 어떻게 옥을 급습하였는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극이 끝난다.

 

 

 

소설 수호전이 창작되기 이전부터 중국에서 송강을 중심으로 한 양산박 이야기의 영향력은 광범위하였다. 양산박 영웅에 대한 건설은 남송(南宋) 이래로 중국 문학의 주요소개가 되었고, 수호, 문화(文學)이라는 독특한 한 분야를 형성하였다. 특히 원대(元代)이 후로 씌어진 양산박 영웅을 소재로 한 희곡은 내용과 구성에 있어 소설과 많은 차별점이 있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다.

원대는 희곡 수호전이 본격적으로 창작되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양산박에 관한 기존의 민간전설을 수용하여 새로운 문학양식으로 거듭난 희곡작품은 수호잡극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게 된다. 20여 종의 희곡 수호전이 창작되었으나 현재는 6종만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씌어진 송강과 양산박 호걸에 대한 문학적 기록은 남송 주밀이 편찬한 계신잡지에 실린 공성여의 글이다. 글은 양산박 호걸 서른 36명의 별호와 개인적인 성격을 간단히 평가하고 있을 뿐, 소설 수호전의 근거지로 알려진 산동(山東)에 위치한 양산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산서(山西)에 위치한 태항산이라는 지명만이 여러 번 보일 뿐이다. 이후 양산박 이야기를 소재로 한 본격적인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송선화유사에서도 양산박의 취의 과정 가운데 태항산과 양산박이라는 지명이 섞여 등장하다가 결말에 가서 근거지가 양산박으로 확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명대 편찬된 소설 수호전에서도 태항산과 양산박이 같이 등장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소설 수호전은 두 가지 계통 즉 태항산 이야기와 양산박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합쳐졌음을 알 수 있다. 태항산은 한대(漢代) 이후로 농민반란이 자주 발생한 지역으로, 금대(金代)에는 항금충의군이 활동하였던 곳이다. 따라서 일찍부터 농민 반란과 충의군에 관련된 여러 종류의 민간 설화가 유행할 수밖에 없었다. 양산박 역시 송사(宋史)에서 "운개 양산에는 본래 도적이 많았다"고 기록하고 있듯이, 예로부터 반사회적 집단의 근거지였다. 그런데 지역적 성격이 매우 비슷하긴 하지만, 당시 500 마일이나 떨어진 태항산과 양산박 두 지역의 이야기가 어떻게 합쳐질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금· 원대 이후 피폐해진 중원의 양하(兩河) 지역으로 주민의 이주 정책이 실시되었는데, 산서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아서 이주 정책이 집중적으로 실시되었고 이를 계기로 태항산 배경의 중의군 이야기와 양산박 배경의 도적 이야기가 상호 흡수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원대에 이르면 송강과 양산박 호걸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의 배경은 완전히 양산박으로 고착된다. 당시 양산박은 동평부에 속해 있었는데, 동평부는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서 기록하고 있듯이 원대 부상(富商)과 대가(大家)가 밀집한 지역으로 경제적으로 발전된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원대 희곡의 한 양식인 잡극의 발생지역으로 제기될 만큼 문화적으로도 크게 발전한 곳이었다. 따라서 산동 동평부에 속한 양산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후에 수호 희곡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많은 수의 잡극으로 상연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원잡극으로 씌어진 희곡 수호전은 내용에 있어 정의로운 인물들의 개인적인 활약이 중심을 이룬다. 그 가운데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를 소재로 한 작품이 가장 많다. 원잡극처럼 주인공 한 사람이 노래로써 극을 이끌어 가는 극양식에서 개인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구성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재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의 사무라이 문학이 하나의 계통을 이루듯이 중국의 협객을 주인공으로 한 의협 문학 역시 하나의 계통을 이룰 정도로 중국인에게 큰 인기를 누려왔다. 더군나 탐관오리나 권세가에 의해 어려움에 빠진 양민을 협객이 등장하여 구해준다는 이야기는 당시 특수한 사회상황에 처한 한족에게 대리만족의 통로를 제공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원대에 재판을 통하여 악을 심판하는 재판이 크게 유행한 것도 부당하게 피해를 입고도 법적으로 전혀 구제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민중에게 대리 만족의 통로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대 희곡 수호전이 크게 유행한 것은 양산박 이야기의 유행지역과 잡극 발전지역의 일치라는 지역적인 특성, 민중의 흥미를 일으킬 만한 모티브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원대 20여 종의 희곡 수호전이 지어졌다고 하나 현재는 6종의 극본만이 전해지고 있다.

원대 희곡 수호전의 구성은 공통적으로 송강이 등장하여 양산박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강은 젊을 때 운주 운성현의 서리로서 근무하다가, 술에 취해 창기 염파석을 죽이고 실수로 축대를 발로 차 관청을 태워버린 죄로 귀향가서 노역을 산다. 이때 양산박의 두령인 조개가 그를 구출하여 요새의 제 2두령으로 초빙하고, 조개가 추가장 공격으로 사망하자 뒤를 이어 36명의 대두령과 72명의 소두령 등 수많은 부하들을 휘하에 거느리게 되었다 는 것이다. 송강의 자기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간단한 경력과 양산박에서 벌어진 일들이 역사적 사건의 전부이다. 따라서 희곡에 등장하는 양산박 집단은 소설과는 달리 정태적이고 무시간적인 세계에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양산박 집단이 어떻게 성립되고 발전되었는지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개인의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장소의 경우 흑선풍이 머리 둘을 바치는 공을 세우다에서 산채의 이름은 수호, 박의 이름은 양산이라고 설정하여 소설 수호전과 일치는 하나 북송 선화 연간이라는 시간적 실정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내용 대부분이 몇 명의 양산박 인물이 산에서 내려와 모종의 모험을 하며 모종의 공적을 세우고 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막대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는 송강의 명령을 받거나 허락을 얻어 하산하기는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것들은 극히 개인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은 "바람이 거세면 일부러 하늘로 이어지게 불을 놓고 달빛이 어두우면 칼을 들고 가서 사람을 죽인다든지,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불을 놓는다"에서 알 수 있듯이 극히 폭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어이없이 제압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현실 속의 다양한 곤란한 조건 속에서 반사회적 존재로서 존재하는 도적의 실태에 근접하고 있지만, 실상은 단순한 도적이 아니라 의협심이 충만하여 그것을 행동으로 꼭 표현하는 협객의 모습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