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문군』의 내용은 전한(前漢) 시기 탁문군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사랑 이야기를 희곡화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탁왕손(卓王孫)의 딸 문군은 정씨(程氏) 집안에 시집갔다가 남편이 죽은 후 친정으로 돌아온 24살의 과부이다. 어느 날, 문군과 사마상여는 서로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사모하는 마음을 품는다. 사마상여는 탁문군 집의 가동(家僮) 진이(秦二)에게 편지를 전한다. 탁문군은 회답을 써서 진이에게 전하고 진이는 그 편지를 사마상여가 아닌 탁왕손에게 바친다. 편지를 읽은 탁왕손은 가문을 더럽히고 풍속과 교화를 해쳤다며 크게 역정을 내고 탁문군에게 칼을 던져 주며 자결하라 명한다. 그러나 탁문군은 그럴 수 없다면서 오히려 탁왕손과 시아버지의 위선적인 행동을 비판하고 사마상여와 떠나겠다고 한다. 이때 탁문군의 몸종 홍소(紅蕭)는 진이가 밀고한 사실을 알고 그 칼로 진이를 찌르고 본인도 자살한다. 탁문군이 애통해하는 가운데 사마상여가 등장하면서 막이 내린다.
『탁문군』은 『사기(史記)』의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과 민간 고사에서 제재를 취하여 현대 희곡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3막으로 이루어진 극본에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존재는 탁문군, 홍소, 탁왕손, 정정이다. 연애의 한 축이 사마상여이지만 서두와 마지막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 작품에서는 탁문군에게 방점이 찍혀 있다. 궈모뤄는 과거 탁문군이 사마상여와 달아난 이야기를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던 사고를 뒤집고 탁문군을 봉건적 윤리관에 반항하는 당당한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봉건주의 예법에 도전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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