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와 영철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대학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영철은 점차 옥녀를 멀리한다. 옥녀는 영철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아닌 누에 농업 연구를 선택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영철을 뒷바라지하며 모시고 있었던 영철의 어머니로부터도 옥녀는 버림을 받는 신세가 된다. 이러한 옥녀와 영철의 이별(변심)에도 불구하고 옥녀가 굳건한 심지로 자신의 길을 간다. 실제로 옥녀는 변하지 않는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이 선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잃어버린 어머니를 만나는 사연이다. 옥녀는 연구소를 방문했다가 연인인 영철을 만나고, 거듭하여 어릴 적 자신을 떠난 어머니 현숙을 만난다. 특히 옥녀와 현숙의 만남은 주목된다. 현숙은 남편이 우파로 몰리자 가정을 떠나 재가했기 때문에, 옥녀는 어머니 현숙을 알아보지 못한다. 20년 넘게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진다. 첫 만남에서 옥녀는 상대가 어머니인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만남은 비극적 정조를 강화하는 극적 기능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홀로 성장한 옥녀는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를 보상받는 설정을 이루게 된다. 얽히고 설킨 인연을 우연한 만남으로 해결하고 극적 설정을 보완하는 방식은 합리적인 극작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극적 설정의 흥미가 제고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옥녀동」은 1983년 조선족 극작가 최정연이 발표한 장막 희곡으로, 최정연의 대표작에 해당한다. 주인공의 고민을 심화시켜 연변조선족자치주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함축한 작품이다. 황봉룡의 「장백의 아들」과 함께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조선족 희곡 작품을 대표하는 것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는 작잠(柞蠶)에 대한 확신을 품고 연구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옥녀’와 그녀의 아버지 ‘정민’이다. 정민은 가정을 잃고 옥녀의 희생을 지켜보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작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민의 의지는 옥녀에게 이어지고, 옥녀 역시 작잠과 영철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강직한 인물로 상정된다. 최정연의 희곡에서 강직한 성품의 인물은 「해토 무렵」의 강철우처럼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설정인데, 이렇게 설정된 인물들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는 ‘인민 영웅’의 성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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