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산업재해로 병 든다. 약사인 미숙은 남편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도 포기한 몸을 집으로 데려와 연명치료에 들어간다. 남편이 일하던 공장에서는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책임을 회피하는 소송을 걸어온다. 긴 소송에 남편과 미숙은 지쳐간다. 병원에서 선고한 죽음의 날이 6개월이 지났지만, 미숙의 처방과 간호 덕분에 남편은 살아있다. 그러나 단 한숨도 잠들지 못하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오직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견디고 있다. 이웃들은 처음 미숙의 억울함에 동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숙이 단지 합의금을 더 많이 뜯어내기 위해 아픈 남편을 죽지 못하게 치료해나간다고 수군거린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속에서 미숙은 남편을 치료해 나가지만 남편마저 자신을 의심해오자 절망한다.
동네에선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발생한다. 검침원은 시취탐지기를 들고 다니며(가스 누출탐지기와 비슷하다) 집집마다 죽은 자를 찾아내고 있다. 소송은 4일 후면 결판이 난다. 그 시간까지만 견딜 수 있다면 미숙의 모든 노력은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대가로 미숙이 운영하던 약국도, 어렵게 마련한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남편은 그러한 사실들을 알아차릴 때마다 예민해지고 가정의 불화는 확장된다. 남편의 간호에만 매진한 탓일까 아이마저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안 남편은 차라리 죽음을 작심한다. 미숙의 이 불가능한 욕망을 방해하는 자들 이를테면 합의를 요구하는 공장사원이나 시취검침원, 미숙이 남편을 통해 보험사기를 친다고 믿는 보험사 직원, 이웃 여, 변호사가 등장하여 미숙을 괴롭힌다.
그 사이 미숙의 방에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남편은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인 미라화를 선택한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대로는 남편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선 남편이 하루빨리 죽어 이 소송을 끝내고 싶어 하지만, 미숙의 결의는 이미 현실적 슬픔을 넘어서있다.
작품 미라는 사회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산업재해로 다친 남편을 보관하며 남편의 부활을 계획하는 아내(약사)의 이야기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는 절정 가운데 미숙은 남편을 20년 만에 다시 출근시킨다.
작가의 글 - 이주호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고 싶은 인간의 불가능한 욕망에 대해, 다룬다.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그 비극적 욕망이 만들어낼 파멸을 구부러뜨릴 수 있는 상상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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