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커다란 가방을 끌고 흥신소에 나타난 노인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찾아달라 의뢰한다. 흥신소 사장과 허 실장은 노인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칫 다큐로 빠질 듯한 무거운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의 노력과 재치가 돗보이는 수작이다.
전직 경찰출신의 사장과 방송사 피디 출신의 실장이 동업하는 흥신소로 주인공 노인이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인물을 찾아달라고 찾아온다. 흥신소에서는 이 노인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노인의 청년 시절이 재현되면서 그와 임신한 아내가 등장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피어오를 무렵, 형제복지원 담당 관리자가 경찰처럼 행세하며 청년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청년이 차에 있다고 가지러 가려고 하자 관리자는 방망이로 청년의 머리를 때려 실신시킨다. 그때부터 청년은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 된다. 형제복지원에서의 생활이 펼쳐지면서 그 속에서 몇몇 인물과 대하게 되고 소년 한 명과 가까워진다. 그런데 관리자가 그 소년에게 당찮은 이유를 들어 매질하려다가, 청년에게 대신 매질을 하라고 시킨다. 그뿐 아니라,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소년을 실신시킨 후 매장을 시키려 하면서 이 일을 청년에게 시킨다. 거절하는 청년에게 관리자는 사정없이 매질한다. 꿈틀거리는 자루 속의 소년의 모습을 청년은 평생 잊지를 못하고, 자신이 파묻어 주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세월은 흐르고 주인공은 노인이 된다. 노인은 사람이고 연관된 내용이건 간에 다 찾아 준다는 흥신소를 찾아와 과거의 기억과 잃은 여인은 물론 자신이 살해한 것으로 생각하는 소년에 관해, 어떤 인물들인지 알고 싶고 살해한 것과 관련해 반성문을 작성하노라고 이야기한다.
흥신사 사장과 실장은 그와 관련해 세밀히 조사하고, 결국 소년을 살해한 사람은 노인이 아닌 것을 밝혀내고, 그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한 여인과 관련한 정보도 알려준다. 대단원에서 노인은 항상 반성하고 회개하려던 생각에서 벗어나, 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작가의 글 - 김환일
작품의 제목처럼 누군가는 반드시 ‘반성문’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는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피해자만이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반성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피해자이지만 자신을 가해자로 착각하는 주인공을 통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고발하고 싶었다. 또 하나. 주인공을 치매 환자로 설정했던 이유는 국가적 폭력 사태에 잠시 떠들썩했다가도 금방 잊어버리는 우리 역시 ‘역사 치매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부디 아픈 기억을 오래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한다.
형제복지원의 실체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대한민국 부산직할시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현재 부산광역시 사상구 백양대로 372) 일대에 위치했던 부랑자 강제수용소로, 3,146명이 수용 가능한 대한민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1987년 3월 22일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이에 35명이 탈출함으로써 그 내부에서 일어난 인권유린이 드러나게 되었다.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 그리고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선 것이 형제복지원 설립의 배경이었다. 형제복지원은 폐쇄 이후,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이후 빠르게 잊혔다. 27년 뒤, 1984년 입소하여, 1987년 폐쇄당시 전원조치된 피해자인 한종선이 2012년 5월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전규찬과의 공저 <살아남은 아이>(한종선, 전규찬, 박래군)의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에서의 실상을 글과 그림으로 증언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이 결성되었다. 2014년 3월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 형제복지 원의 진실'에서는 27년간 감춰져온 이 사건의 의혹과 진실이 방영되었는데, 이 복지원에서는 수용자들의 중노동은 물론 수용자들에 대한 구타와 감금 그리고 성폭행까지 자행됐으며, 12년 동안 500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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