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현근 '자유를 따르며'

clint 2022. 7. 4. 15:40

 

 

 

- 어느 날 저녁,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준혁의 집에 찬수와 세희 커플이 찾아온다. 3년 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냈던 고등학교 동창 준혁과 찬수는 처음부터 신경전을 벌인다. 찬수는 의자가 없는 준혁의 집을 보고 대뜸 의자를 사오겠다고 퇴장한다. 단둘이 남은 준혁과 세희, 은밀한 대화를 시작한다.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자 세희는 교정관이었다고 답한다. 경제권은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묻자 세희는 목이 마르다고 한다. 준혁은 미소를 띠며 와인 한 병을 준비한다. 하지만 와인오프너가 없어 와인병을 무리하게 탁자와 바닥에 친다. 세희는 와인병이 부서질 거라고 경고한다. 준혁은 멈춘다. 준혁이 세희의 손을 잡는다. 세희의 약혼반지를 발견한다. 세희가 와인병이 멀쩡해서 기쁘겠다고 준혁에게 말한다. 준혁은 갑자기 광인처럼 웃으며 과거 고3 시절 찬수가 대형 매장에서 쇼핑카트를 타다가 와인코너를 모조리 박살 낸 에피소드를 세희에게 말한다. 준혁의 긴 독백이 끝나고 세희와 준혁은 화장실에 함께 들어간다조금 후, 찬수가 새로 사 온 스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준혁은 나가 있는 상태이다. 세희가 바람 쐬러 외출하겠다고 하자 찬수가 탁자 위에 와인이 뭔지 묻는다. 와인이 아직 따지지 않은 것을 보고 준혁이 와인 따개를 사러 매장에 갔는지 묻는다. 세희 밖으로 퇴장한다. 이윽고 세희와 준혁, 함께 들어온다. 준혁의 손에는 뭔가를 가득 담은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준혁이 자신이 사온 물품들을 탁자 위에 늘여 놓는다. 와인오프너, 여러 나라 국기, 와인 병들이 가득하다. 찬수가 준혁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묻자 1막에서 언급된 찬수가 와인병을 박살 낸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며 찬수를 자극한다. 찬수 준혁을 주먹으로 친다. 찬수,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준혁을 향해 투자 망해서 불쌍해서 와줬더니 돌아오는 게 이런 행동이냐고 나무란다. 휴지 꾸러미를 찬수에게 집어 던지는 준혁. 찬수와 세희 퇴장한다. 준혁 주머니에서 세희의 약혼반지를 발견하며 미소 짓는다. 이윽고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세희가 도착한다. 아마도 반지를 찾으러 왔으려니 보인다. 그러나 내일 저녁 친구 찬영과 준혁을 잡으로 초대한다고 전하러 왔단다. 세희에게 반지얘기를 하자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고작 반지가 뭐가 중요한가요?”

 

다음 날 저녁, 찬수의 집. 찬수, 찬영의 전화를 끊고 준혁도 오늘 저녁에 올 거라고 세희에게 전한다. 음식을 사러 밖으로 퇴장하는 찬수. 이윽고 준혁이 도착한다. 반지에 관해 이야기는 준혁. 세희는 그저 지켜볼 뿐이라고 말한다. 더워하는 준혁에게 욕실로 가서 목욕하라고 권하는 세희. 이윽고 음식을 사러 간 횟집에서의 일로 얼굴이 상기된 찬수가 돌아온다. 이때 속옷만 입고 욕실에서 나오는 준혁. 그런 준혁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찬수. 준혁이 찬수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하고, 찬수와 준혁의 술래잡기가 시작된다. 그러다 갑자기 속옷마저 벗으려는 준혁. 찬수, 이를 필사적으로 만든다. 둘이 싸우는 동안 말끔한 차림을 한 찬영이 들어 온다. 조금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상태이다. 과일을 들고 들어오는 찬영과 세희. 준혁과 찬수 또다시 서로 으르렁거린다. 이를 말리는 찬영. 세희, 찬영과 준혁에게 학창시절에 누가 더 공부를 잘했는지 묻는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준혁. 하지만 찬영은 누가 전교 1등을 몇 번이나 했는지 구체적으로 대답한다. 준혁, 찬영이 기자일을 그만두고 새로 하는 일을 빌미로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찬수, 이를 말리며 술이나 더 마시자고 권한다. 세희가 와인을 마시자고 제안하고, 찬수와 찬영 와인을 사러 밖으로 퇴장한다. 잠시 후 늦은 저녁, 준혁, 찬영과 찬수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찬수, 준혁에게 자기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묻는다. 준혁, 찬수가 가지고 있는 자유라는 이미지 때문에 자신이 투자했고, 그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고 말한다. 찬영, 준혁이 무모하게 투자했던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라 설명한 뒤, 자신이 문화부 기자일 때 썼던 자유와 일탈이라는 주제의 칼럼을 예로 들며 자유와 일탈의 차이를 설명한다. 준혁, 찬수에게 세

희가 지금 밖에서 나돌아다니는 게 자유인지 일탈인지 물으며 자극한다. 찬영, 이를 말리며 준혁에게 지금 자신이 망한 상황을 봐가면서 행동하라고 나무란다. 이 말을 듣고 찬영을 자극하는 준혁. 점차 고조되다가 찬영이 준혁에게 키스한다. 준혁, 미친 사람처럼 와인 게임을 시작한다. 와인이 흥건한 바닥에서 나뒹군다. 한때 친했던 3총사가 세희란 여자를 두고, 자존심과 자유, 그리고 예전의 성질과 감정으로 격하게 대립한다. 그리고 끝난다.

 

 

작가의 글 - 오현근

경쟁 사회에서 도태된 인물의 쓸모없는 마지막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암담한 현실 세계에 갇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준혁의 집에 찬수와 세희 커플이 찾아온다. 고등학교 동참임에도 3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준혁과 찬수는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찬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준혁은 세희에게 찬수의 과거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다음달 두 친구는 마침내 시비가 붙는다. 오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균열과 갈등이 점차적으로 확장, 증폭되어 가는 흥미로운 플롯을 가지고 있는 작품. 작가 오현근은 이번 작품에서 경쟁 사회에서 도태된 인물의 마지막 몸부림을 그리며 묻는다. 우리는 과연 모두 암담한 현실 세계에 갇혀 있는 존재인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진월 '봄비 온다'  (1) 2022.07.05
이주호 '미라의 쿠키상자'  (1) 2022.07.05
유현규 '칼치'  (1) 2022.07.04
김환일 '반성문, 살인 기억  (1) 2022.07.03
배삼식 '최승희'  (1)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