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올해의 응모작들도 탈옥수. 정신병자, 술집. 기차역 등 상투적 인물들과 극한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소위 신춘문예 형 희곡들, 또는 희곡적 배려 없이 생활주변의 잡담을 늘어놓는 습작 수준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개중에 신선한 소재와 연극적 감각으로 작가 부재의 한국연극계를 밝혀줄 미래의 희곡작가를 몇몇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마지막 심사대상에 남은 작품들은 고옥화의 『남자파출부』 『꽤 오래전에도 있었던 일』, 김현경의 『그리고 평생이 흘러갔다』 『모니터, 즐거운 중산층을 보다』, 그리고 최윤정의 『침묵의 소리』등이었다. 이들 작품은 동시대적 감각을 지니면서도 긴장. 절제. 활력. 함축 등 고전적 덕목들을 부분적으로 견지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고 하겠다. 반면 신세대적 감성을 내세운 탓인지 최근 창작극계의 영향인지 희곡. 연극의 본질보다 단편적인 무대효과 창출에 머무른 감도 있다.
다가구주택의 세 남녀를 그린 『침묵의 소리』는 세 인물의 공간을 병치시키고 심리변화에 따라 벽을 이동시키는 등 무대화의 배려가 흥미를 끌었으나 「나」라는 주관성이 극복되지 못하고 세 인물의 관계설정이 불분명하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 그리고…』와 『모니터…』를 쓴 김현경의 경우 현대인의 무력감을 극화했는데 모니터. 마리아상. 말더듬이 등을 이용한 자극적인 무대효과나 힘있는 대사들이 작가의 만만찮은 재능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지성의 부족과 산만한 구성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당선작으로 뽑은 고옥화의 『남자파출부』는 남녀 성 비례가 깨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콧대 높은 아가씨의 사랑을 얻어내는 남자를 그린 코미디다. 인물들의 성격화가 불충분하고 파출부가 여자의 사랑을 얻는 계기가 불명확한 아쉬움이 있지만 절제 된 대사, 반듯한 구성, 세련된 장면 전환 등이 상당한 완성도를 성취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생을 피상적으로 큰 고민 없이 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 이 작가에 대한 우려인데 같이 응모한 『꽤 오래전에도…』역시 멜로드라마적인 선악 2분법 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음을 일러둔다. - 심사위원 : 김광림, 김방옥

고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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