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금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응모작과 수준 높은 습작품들이 있어 신문사 측과 심사의원들을 고무시켰다. 최종심에까지 오른 작품은 『가족』 (김대형), 『안경 고르는 법』 (박은령), 『섬』(오애도), 『아는 이가 찾아오다』(서진아) 등 4편이었다. 이중 부모자식, 특히 형제간의 갈등을 다룬 『가족』은 극적 긴장과 탄탄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통속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제외되었고, 『안경 고르는 법』은 노처녀의 심려를 매우 기발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룬 장점에도 불구하고 테제드라마의 형식이어서 탈락되었다. 『섬』도 당선작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설정과 현대인의 소외·좌절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정적 약점은 개연성 결여였다. 가령 여주인공이 사놓은 복권이 우연히 들어맞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이 작가는 다시 한 번 도전했으면 좋겠다.
결국 주제는 약하지만 극적으로 짜임새 있고 세련된 언어구사와 젊은이들의 이성심리를 명징하게 묘사한 서진아의 『아는 이가 찾아오다』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작품의 결점은 강렬함의 부족인데 그것은 아무래도 체험이 뒷받침 안 된 여성작가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견고한 문학수업과 무대에 대한 깊은 극적 관찰이 보이기 때문에 이 작가에게는 앞으로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다.
<심사위원: 유민영 윤호진>

작가의 말 - 서진아
작가의 말을 쓰라고 한다.
작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편의 글로 내가 작 가로 불릴 수 있다니.
예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전의 나에게 누군가 글을 많이 쓰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였다. 그저 심심할 때 글을 쓴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늘 심심하다고 하였다.
현재의 나, 역시 심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날의 심심함 속에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여 글을 쓰는 이가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예전의 나 역시 작가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작가라는 호칭을 벗어버리고 싶다.
나는 그저 예전이나 현재나 심심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끄적거리는 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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