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총무부장이며 예쁜 부인을 둔 40대의 최국일이 주인공이다. 강남아파트에 살며 부인과 맞벌이를 하다 보니 넉넉한 생활에 술과 여자에 외박이 잦다. 그런데다 투자했던 부동산이 크게 올라 남부러울 게 없다. 부인 성애는 그런 남편을 보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적당히 맞바람 피우는 것 같다. 그녀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에어로빅 강사 수준의 실력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아침 에어로빅을 가르친다. 그녀가 지방에 출장 갔다 하루 먼저 집에 왔을 때, 집에 여자가 있다가 나가고, 집은 술파티를 한 듯 엉망인데 남편은 없고 낮선 개만 있다. 그 개도 황당한 듯한데, 남편이 개판 치더니 개가 된 것이다. 수위가 와서는 똥개 같은데 어디서 났냐고 하고 부인은 친척이 이사가며 맞겼다고 얼버무린다. 그리고 직장가면 식사며 용변을 봐 달라며 돈을 준다. 그리고 성애가 2주간 유럽 출장 때는 근처의 개보호소를 소개받는다. 얼마 후 국일이 개 보호소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각종 개들을 만나고 하나둘 그곳의 질서에 적응하게 된다. 개들끼리 대화에서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조롱하고, 개족보를 따지고, 개고기에 대한 성토도 한다. 그리고 국일은 복잡한 인간 생활보다 몸과 맘이 편한 그곳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인간들의 아부와 배신, 질투, 추잡한 욕망 등이 개들 사이에선 의리와 신뢰로 더 호감가는 생활로 자리 잡게 되는데..., 부인 성애가 돌아온다. 인간세계에는 난리가 났단다. 남편이 행불되고 부인은 유럽으로 잠적한 게 남편의 부동산 매각대금을 노린 부인의 살인이라는 유언비어가 주변 친구들로부터 언론에 떠벌려진 것이다. 부인은 그런 얘기를 국일한테 해준다. 남편은 그냥 여기서 지낼 테니 내 돈과 재산을 다 가지라고 부인에게 준다. 부인은 그 보호소에 있는 개중 남편과 친한 황구가 사철탕집으로 끌려가는 것을 알고 그 황구를 사서 국일과 같이 지내도록 한다.
그리고 편안히 낮잠을 즐기다가 잠에서 깬 국일... 모두 일장춘몽이었다.
1992년에 희곡으로 발표된 작품으로 이례적으로 공연무대에서는 미발표된 희곡이다. 극 중 인물이 견공(犬公)이 되어가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비판적이면서도 이근삼 작가의 풍자적인 우화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신주의에 타락되어가는 인간들의 속물성을 우화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육신과 언어가 개의 형태로 변해가는 형상화를 통해 자본과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개만도 못한 인간과 사회구조를 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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