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성진 '마리모에는 소금을 뿌려주세요'

clint 2021. 10. 21. 10:29

 

 

 

후천적 장애를 가진 두 여자의 이야기로 소통과 화해를 담고 있는데

제목에 나와 있는 마리모가 소재로 쓰인다.

애완용 해초가 두 여자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5년 전 희숙의 차에 교통사고로 두 눈이 실명한 하연이 재활기관에 있다가 18세가 되어 나오게 되자 희숙이 보호인으로 그녀의 조그만 아파트에 살게 해주고, 하연이 거기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두 여자 모두 까칠하다. 자신을 장애자로 만든 하연도, 또 가해자 격인 희숙도 서로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말한다. 그리고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지만 서로 마음을 터놓지 못한다. 그러나 삐걱거리는 소리가 휠체어 소리라는 게 밝혀지고 희숙도 그 당시 사고 때 다리를 다치고 걷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연극으로 만들 때 관객에게 휠체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희숙이 정상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듯) 그리고 두 여자는 서로의 손을 잡는다. 하연이 희숙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희숙이 방향을 얘기해 주고...

 

 

 

작가의 글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키워보고 싶었으나, 누군가를 키운다는 것에는 커다란 책임감이 따라오기에 망설였었다. 그러다 재작년쯤, 지방 여행을 하다 책임감을 크게 가지지 않고도 키울 수 있는 애완용 해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리모를 키우게 되었다. 간혹 소금을 뿌려줘야 행복해한다는 판매자의 말에 처음 며칠은 신경을 썼지만 그 녀석은 늘 내 곁에 있었고, 관리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살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멀어지게 됐고, 어느 날 문득 책장 한구석에서 갈라져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꽤 오랫동안 마리모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유리병 안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또 한동안의 시간이 지났다. 갑작스레 나에겐 우울감이 찾아왔고 작은 방에서 매일 밤 우울감을 삼키며 며칠을 지냈다. 그러다 문득 방안에 갇혀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내 모습이 얼마 전 내 곁에 있었던 마리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그 친구에게 소금을 뿌려주었다면 그 친구는 아직까지 내 곁에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 문득 창을 쳐다보았다. 창밖은 캄캄한 새벽이었다, 눈이 내렸고, 그 눈이 내 방에 떨어졌다. 아니,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친구에게 소금을 뿌려주면 그 친구가 여태껏 내 곁에 있었겠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면 나도 이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때부터 마리모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렇게 한 소녀와 한 여자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마리모. 그 친구는 끝까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마리모,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난 널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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