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도영 '방패'

clint 2021. 10. 21. 13:14

 

 

 

돼지들이 구제역으로 살처분되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생존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의 행위와 선택, 결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한 마을에 구제역이 돌아 마을 돼지들이 모두 살처분하게 된다. 농장주에게는 자식 같은 돼지들이지만 먼저 검사를 받고 이상있으면 처분하자고 사정해도 주무관은 매뉴얼대로 살처분한다. 주무관도 농장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방역 구멍이 뚫리면 확산되기에 철저히 매뉴얼대로 집행하고 농장주가 정든 새끼돼지를 봐달라는 것도 무시한다. 대민 지원을 나온 김일병은 수천 마리의 돼지를 구덩이에 묻는 참상에 꿈도 꿀 정도로 그 트라우마가 심하다. 그나마 농장주의 간청으로 새끼돼지를 산에 풀어준 게 유일한 위안이다. 주무관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급사하고, 김일병은 귀대 후, 악몽에 시달리고 농장주는 늘 그러하듯 죽은 아들한테 전화하며 신세타령하는데... 멀리서 새끼돼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작가의 글

10여 년 전,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가축의 매몰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매일같이 불거졌다. 기사들은 이따금 짤막하게나마 방역에 투입되어 상해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덧붙였다. 매몰 현장에서 꼼짝없이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현지 사람들, 방역초소에 배치된 군인들, 그리고 몇 날 며칠 인력 부족을 겪으며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하게 된다. 일선에서 방역 활동을 이어가며 고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 어쩌면 나는 그 사람들의 활동을 방패 삼아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본 작품 방패10년 전의 구제역을 통해 방패처럼 소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였다. 치열하게 생존해야 한다면, 그 무거운 방패를 함께 들어야 한다는 마음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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