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임은정 '김선생의 특약'

clint 2021. 9. 25. 06:46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 선생은 어느 날 학교폭력보험이라는 획기적인 보험 상품이 출시되었다는 것을 알고 가입을 하게 된다. 그런데 몇 달의 시간이 흘러 김 선생이 실제로 학생에게 맞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김 선생은 보험 처리를 위해 보험 사에 연락했고, 담당 FC 박희찬이 급하게 학교로 찾아온다. 김 선생은 사건이 발생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보험 처리 문제를 의논한다. 그러던 중 부장교사 엄한수가 김 선생이 학교폭력 보험에 가입한 것을 알고 노발대발한다. 엎친 데 덮쳐 당시 사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김 선생은 오히려 학생에게 폭력을 유도해 보험금을 타 먹으려는 비정하고 파렴치한 교사로 몰려간다. 이런 와중에 박희찬은 더 많은 교사를 보험에 가입시킬 목적으로 김 선생의 동료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보험 처리를 위해 받아가야 할 서류를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교로 찾아오지만 계속 저지당하고 쫓겨난다. 김 선생 또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고 제대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관련 서류를 건네주려고 애쓰지만, 상황은 번번이 어그러지고 만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학교로 몰려오고, 급기야 방송국에서 취재까지 오게 되자 교장의 협박과 설득에 넘어간 동료 교사들이 취재를 막기 위해 김 선생을 상담실에 감금하기까지 한다. 동료 교사들은 김 선생이 당한 일을 모른 척 외면하고, 교장은 학교를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김 선생에게 사직을 강요한다. 사건은 며칠 사이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져 가고,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과연 김 선생은 학교에서 잘리지 않고 무사히 보험금을 탈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작가가 우연히 보게 된 신문기사에서 발상이 시작됐다. ‘프랑스 교사 55%, 학교폭력보험 가입우리 사회에서도 교사가 학교폭력보험이란 보험 상품이 있어, 실제로 가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를 토대로 작가는 극적 현실을 구축해 우리들의 욕심에 근착된 삶을 파헤치고 비판하며 우리의 허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 작품은 학교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우리 사회는 어떤 사건을 둘러싼 해결책을 대체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귀책자로 설정하고 책임을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보다, 한 개인이나 집단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가서 서둘러 결론을 내버린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하고, 가해자 또한 다른 측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통해서 질문을 던져본다. 다소 과장되고 희화화한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경직된 생각그 프레임을 벗어나 새로운 출구를 발견하고 조금 다른 세상을 꿈꿔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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