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과 평강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원전의 큰 흐름은 그대로 놓아두고 극의 화두는 온달의 죽음으로 열어 보이며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면전환 시 광대(인형)들의 등장이 곁들어 지는 서사적 구조로써, 관객의 관극을 돕고, 극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람을 유도한다. 또한 춤과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서 연출 작업에서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온달의 이야기는 누구나 익히 들어 온 귀에 익은 이야기다. 작가는 이 극을 통하여 원전의 큰 흐름은 그대로 놓아두되, 극의 화두는 온달의 죽음으로 열어 보았다. 온달의 관을 장정 십수 명이 들어 올리지 못하다가, 결국 공주의 한마디로 관이 들렸더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 기현상을 풀어보기 위해 망자의 혼을 위로하는 굿이 들어올 수도 있으나, 온달과 평강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 기현상을 사실성 있게 그대로 밀고 나갔다. 또 하나의 관점으로 평강공주라는 인물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는 주체적 여인상의 한 표본이라 할 것이다. 작가는 그런 공주가 온달을 찾음으로 해서 공주의 일상이 힘겨워 지기보다는 오히려, 성안에 구속되었던 공주가 자유로운 숲속의 공주로 격상하는 것이길 바랬다. 따라서 온달과 평강공주의 동화 같은 사랑이 숲속에 남아있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우화적 기법으로 처리해 보았다. 숲속에서 이루어지는 군무가 그것이다. 평강공주와 함께 같은 여성으로 온달의 어머니를 주목하였다. 눈이 멀었다는 신체적 불편으로 제한되어 전해진 온달의 어머니는, 온달을 세상에 내놓았을 뿐 아니라, 온달이 제대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히려 평강공주가 한 역할은 단순히 그것을 펼친 결과란 해석이다. 따라서 온달의 집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들어가야 했다. 이것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룰 수 없는 신분차이의 극복과 인물설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적확한 사적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극의 사실성의 부여와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바 시도된 작업이었다.
“삼국사기” 온달전에 전해지고 있는 평강공주의 행적은 당시 사회에서는 퍽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집안의 문벌이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애정에 의하여 결혼을 한 훌륭한 여인이며, 불우한 처지의 남편을 도와 입신출세하게 한 현명한 아내의 본보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구전으로 전해지는 '온달설화'에는 평강공주가 평원왕의 셋째 딸이고 온달은 숯을 구워 파는 청년으로 되어 있다. 평원왕에게는 2명의 황후가 있었는데 첫 번째 황후는 왕자 원(영양왕)과 공주 평강을 낳고 일찍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모를 잃은 평강이 둘째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되자 아버지 평원왕과의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정해준 혼처를 거절함으로써 왕뿐 아니라 궁궐과 계모, 이복형제 등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의도가 담겨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는 설화적인 색채를 강하게 지닌 것이기는 하지만, 벽화고분을 제외하고는 고구려 자체의 자료가 거의 전해지지 않는 6세기의 고구려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당시의 시대상으로 보아, 온달이 실제로 미천한 출신의 바보였다기보다는 고구려 최고지배세력 출신에 속하지는 못하였으며, 왕족과 통혼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그는 하급귀족 정도 신분으로 무사로서 활약이 뛰어나 발탁되었던 인물이며 그러한 그를 왕이 사위로 맞이하려고 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결혼이 당시 신분제도와 관행상에 비추어 어려움이 있고 반발이 생기자 왕이 이를 취소하고자 하였지만 공주가 언약을 지킬 것을 고집하며 온달에게 시집갔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처럼 온달이 평원왕의 딸인 공주와 혼인할 수 있었고, 나아가서 국왕의 측근세력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신장시켜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양원왕의 즉위를 둘러싼 고구려 귀족세력간의 다툼으로 말미암아 고구려 지배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공주와 온달이 혼인에 대해 당시 귀족집안의 사람들이 야유, 시기하게 되면서, 온달을 미천한 바보로 묘사하는 설화를 낳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자기들과는 다른 족속이나 신분에 속한 이를 이상하게 생긴 못난 인물로 묘사하는 예는 고대사회에서 널리 보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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