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성철 '기차를 타고 건넌 둥지 하나'

clint 2021. 5. 9. 21:56

 

‘95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소감

근 십년간을 한곳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헐겁게 살아왔다. 마음을 붙들어 맬 요량으로 지난 봄, 지니고 있던 돈을 몽땅 털어 타자기를 월부로 샀다. 그러나 얼마동안은 자판을 두드리기는커녕 광택약품으로 케이스만 뻔질나게 닦아댔다. 새벽일을 마치고 들어와 기름 때에 전 옷을 빨고 있는데 당선을 통고하는 전화를 받았다. 근사한 사실 극을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써서 투고했던 것인데 뜻밖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때문에 미진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는 송구스러울 따름이다불편한 다리로 보험외판원을 다니시는 홀어머니와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번 당선이 작지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군대를 막 제대하고 막연해하던 시절, 내게 행복했던 기억들을 심어준 풍산금속과 대우실업의 여러 형제에게 지면을 통해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는 바다.

 

약력

생년월일 : 196511출생지 : 경남 고성

최종학력 : 부산 브니엘 고등학교 졸업.

 

심사평

금년에 출품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웠다. 첫째는 컴퓨터 세대답게 작품을 매만지는 기술이 발전된 점이었고 두 번째는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보다는 일상적 삶과 개개인의 내면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작품들 중에서 (손희경), 번개탄 사나이(이요나), 모기(유세균), 기차를 타고 건넌 둥지 하나(박성철)4편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런데 쌍생아라는 이색적 소재를 극화한 의 경우 높은 상징성과 세련된 언어 등에서 돋보였지만 병적주제가 문제였고 번개탄 사나이는 기발한 착상과 세태풍자가 호감을 주었지만 진지한 삶이 배어있지 않은 것이 흠이었으며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극적 분위기 조성 등이 괜찮은 모기는 통속성이 가장 큰 결함이었다. 결국 박성철의 기차를 타고 건넌 둥지 하나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에 있었다.

첫째, 인물 창조에 재능을 보임으로써 장막극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두 번째는 작품에 구체적인 삶을 투영, 진지함이 나타나 있으며 세 번째로는 현실과 환각의 갈등이라는 현대극의 주제를 살린 점이 돋보였다. 제각각 상처를 안고 있는 어느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하나의 공통적 문제로 형상화해 보려한 이 작품도 작가의 지나친 의욕과 산만한 구성 등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가가 무대를 어느 정도 알고 특히 범용한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장래를 기대케 한다.

심사위원 : 柳敏榮, 鄭鎭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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