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은영 '표풍'

clint 2021. 2. 27. 21:25

 

 

 

왕산악, 옥보고의 대를 잇는 신라 최고 거문고 명인, 귀금. 그에게 진정한 거문고 소리를 얻기 위해 안장과 청장은 귀금이 사는 지리산 골짜기를 찾아온다. 그러나 귀금과 신중들은 안장과 청장을 탐탁해하지 않으며 허드렛일만 시킨다. 힘들지만 열심히 수련의 과정을 참아내는 안장과 청장은 돌아가신 아비의 원한을 생각하며 매일 귀금의 찻잔에 독을 탄다.

귀금이 안장과 청장에게 소리를 전하는 날, 독 잔에 중독된 귀금은 쓰러지고 청장은 쓰러진 귀금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그러나 귀금은 일어나 거문고의 진수를 전하는데..

 

 

 

 

삼국사기에 짧게 언급된 신라시대 거문고 악곡 '표풍'에 대해 상상력을 펼쳤다표풍의 시작은 최 은영 작가가 중학생이던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서 읽은 내용과 당시 음악선생님이 들려준 표풍에 얽힌 야사(野史)가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10년 넘게 아쟁, 해금을 배우는 등 국악에 관심을 쏟았던 것도 작품 탄생에 기여했다.

신라 거문고 악장 귀금은 세 제자 중 두 제자가 죽은 뒤 지리산으로 잠적한다. 유일하게 남은 제자 윤흥이 죽은 제자 한록의 자식 안장과 청장을 귀금에게 보내 거문고를 사사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제자들의 죽음에 얽힌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귀금을 지키는 불교의 신중(神衆)들이 등장하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미된다. 작가는 표풍이 갖는 '표표히 떠간다'는 뜻을 공() 사상으로 해석했다.

 

 

 

작가의 글

고문헌에 전하는 악곡 표풍’. 그러나 음악은 전하지 않고 그 곡명만 전해질 따름이다.

거문고의 대가 귀금이 안장과 청장에게 전수했다는 역사의 짧은 한 줄 기록을 바탕으로 그 시대의 음악과 사람들의 삶을 추정해 본다. 우리나라 악기의 최고라고 꼽히는 거문고. 그 거문고의 전수과정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살아간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이야기해보고 싶다또한 예술의 가치가 삶의 가치 위에 서있던 그 시대 예인들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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