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 죽은 자의 영정. 작품은 그러나 현실복제를 거부한다.
영정 속의 사진은 죽은 자의 복제사진 영상 대신 실제 실물 배우가 대형 액자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작업, 화이트를 블랙으로 꾸며내는 코미디 전략이 초반부터 보인다.
죽은 영정 속의 사진 인물이 그곳에서 빠져나와 산 자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발상,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와 산 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발상 이는 쓰스미 야시유끼의 〈연기가 눈앞을 가릴 때〉 설정과 비슷하다. 죽은 어머니가 아들 앞에서만 산 자처럼 행동한다. 어머니가 극해설자가 되어 자신의 한 많은 삶을 15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들의 눈에만 보이는 어머니, 이 사실을 아들과 어머니와 관객만이 알고 있다. 공모 컨셉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터져 나온다. 다른 가족들의 눈에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 종우가 무언가 혼자 주절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주절거림이 아님에도 이를 주절거림으로 보게 해나가는 발상, 왕따 구도, 소외 구도가 발생하면서 일순간 해방 쾌감이 야기된다. 죽은 자와 산 자와의 대화, 사랑했던 아들이 오자 이들만의 은밀한 대화 와 친밀한 대화가 시작된다. 이 같은 발상은 예측불허의 희극성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먼저 당사자인 이들 종우가 먼저 놀란다. 그리고 그 종우라는 아들이 모친과 대화를 나눌 때 주변사람들이 그가 이상해졌다며 기이한 반응, 놀라는 반응. 도망치는 반응을 통해 희극성이 우러나온다. 어머니의 환영, 그 현존에 대한 정보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 관객을 아는 자 편에 설정하게 하는 공모놀이 전략이 빛을 발하면서 극 전체는 탠션이 약화될 무렵 적절하게 놀이성이란 생명 에너지가 창출되기 시작한다.

죽은 혼령 어머니가 전체적인 극 진행 내지 극 해설을 해나가게 하는 발상, 심지어 그런 그가 극중극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선으로 머무르지 않고 극중극 안으로 들어와 또 다른 인물 즉 선녀의 어머니 역할을 하기까지 한다. 이 교차 구도가 반복적인에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꿈속 장면을 마치 진짜 현실처럼 속여 무대화하기도 하고, 한글을 배우는 과정 역시 배우들의 봄 자체가 글자 기호로 설정 기호학적 놀이 무대가 빚어지기도 한다.
죽은 선녀 씨가 돌아온 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 자신 속 가슴앓이 사연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극화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 그 이야기 속의 그림이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이게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상황과 정조의 극대화 시점에 맞추어 전혀 예상치 않는 가슴속 묻어둔 삽화가 무대화된다. 이야기하는 자가 극중극 안으로 직접 들어가 다른 인물 역할을 대역하기도 한다. 두 딸을 위해 희생해 나가는 선녀 씨 이야기, 운동권 큰아들을 잃고 절망하는 선녀 씨 무엇보다도 문제 남편으로 인해 어이없는 고초와 한 많은 삶을 살아가야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어머니 마지막 유언을 담은 마지막 녹음테이프. 이를 다시 듣는 그림 역시 극의 현실이 먼저 펼쳐 보여지고 곧바로 극중극 속 장면으로 들어가 당시 선녀 씨가 병상 침대 위에서 펼치는 유언이란 구체적인 그림 장면으로 변용, 전이된다.
"엄마가 평생을 그렇게 외롭게 사셨는데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와 이라노? 괜찮다 엄마는. 우리 아들, 울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기다. 우리 종우 힘내고, 아프지 마라. 나는 우리 종우하고 이렇게 밤새도록 수다 한 번 떨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 엄마는 인자 소원 풀었다. 이야기도 다 풀고, 속도 풀고, 소원도 풀었으이 이제는 갈란다. 종우야. 엄마 간다." 그렇게 작품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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