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에드몽 로스탕 원작, 곽병창 재창작 '대필병사 김막득'

clint 2019. 12. 27. 09:45

 

 

세계적인 고전인 고품격 낭만 작품, 프랑스의 에드몽 로스탕가 쓴 시라노 드 베르주락 (Cyrano de Bergerac)을 재창작하여 쓴 한국판 시라노 대필병사 김막득은 동화적 사랑을 보여준다. 원작 시라노보다 감미롭다. 이 작품에도 예외 없이 일정 정도 노래와 서사가 작품을 이끈다. 그의 연극은 근대사실주의 연극을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그는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이 점을 관객에게 수시로 노출시켜 확인시켜왔다. 극장주의와도 상통하는 이 방식은 공연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연극에 활용하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극장 안의 현실이 허구임을 명확히 밝히고 오히려 그 사실로부터 새로운 극적 재미를 추출하여 포장해내는 솜씨, 그 극적 장치에서 발견된 새로운 묘미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체된 연극 안에서 새로운 판타지와 감동을 추구한다. 이것이 곽병창 식 서사 극의 뼈대다.

 

 

 

 

 

추남 막득은 청순하고 아름다운 솜을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솜은 미남자 찬 중위를 사랑하고 있다.

막득은 두 사람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연애편지을 쓸 줄 모르는 찬을

대필(代筆)하여, 그 가운데다 자신의 생각을 넣어 보낸다.

곧이어 막득과 천은 전장(戰場)에 나가게 되지만, 이 대필의 편지는 계속된다.

그러나 솜이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인간 천 중위가 아니라 막득이가

대신 써보낸 편지이었던 것이다. 천은 그 전투에서 전사하고 인생무상을 느낀

솜은 수녀원에 들어간다. 그 후, 결투에서 거의 죽게 될 지경의 중상을 입은

막득은 수도원의 솜을 만나러 간다. 그때 그가 말하는 천 중위의 최후의 편지

문구로써 그녀는 비로소 막득의 사랑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그 진실을 알리고 서글프게 막을 내린다.

 

              

 

특이한 점은 <대필병사 김막득>에는 새로운 인물 송 마담이 있다. 마치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같이 전쟁터를 쫒아 다니며 장사하고 흥겨움을 주는 그런 감초 역할이다. 곽병창의 여러 작품에 나오는 산받이의 역할을 이제 완전한 하나의 배역으로 꾸며 숨겨놓았다. 그녀는 작품의 전반부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서사를 끌어내고 사라진다. 주요 등장인물을 제외한 코러스가 사이사이에 작품을 이어주는 노래를 하고 무대변경을 도와주며 계절의 바뀜을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는 표현이라 하겠다.

 

곽병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