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황복구 '눈사람'

clint 2019. 11. 14. 13:35

 

 

 

 

인터넷에서 채팅으로 만난 세 사람은 자살을 약속하고 모이게 된다.

이들은 죽음을 약속하고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에, 서로에게 상처주기에 급급하다.

이들 중 나이가 많은 명호가 수면제를 먹고 소주를 마신 다음

영하의 추운 날씨에 잠들면 편안하게 죽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춥기만 하고... 그래서 모닥불을 피운다.

또 알약을 먹고 소주를 마신다. 곧 죽겠지....

그러나 이들에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은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속의 눈사람을 그린다.

하지만 이들은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는 끝이다.

 

 

눈사람은 동시대 현실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다현실에서는 단 몇 마디의 언급이나 몇 줄로 처리되고 잊혀지는 사회적 문제를 가감없는 리얼리즘 연극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자살이란 소재에 집중하거나,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식의 교훈적 주제의식을 설파하지는 않는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 작품은 죽기 위해 모인 세 사람이 결국 죽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다루었지만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기 위해 몸부림치는 극중 인물들은 왜 죽으려 하는 것일까? 무능, 불륜, 결핍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인물들의 현실적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죽음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끊임없이 죽음을 다짐하는 안타까운 모습은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싶은 갈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의 글 - 황복구

자살을 꿈꾸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틀린 말이 아닐 수는 있지만, 이 세상에 피해자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이 극에 나오는 인물은 아픔을 가졌지만 동시에 가해자다. 그리고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러 온 순간에도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아픔을 준다. 죽음을 앞에 둔 이들. 이들의 몸짓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운원 '나비 낙원에 지다'  (1) 2019.11.16
장우재 '(가을에 떠나는)봄소풍'  (1) 2019.11.15
박성재 '밤마다 해바라기'  (1) 2019.11.14
강우식 시극 '벌거숭이의 방문'  (1) 2019.11.13
장일홍 '붉은 섬'  (1) 201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