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성희 '사주팔자'

clint 2019. 11. 3. 14:38

 

 

 

 

왕년에 잘나가던 축구선수가 등산을 하다 떨어져 다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엄마 보호아래 꿈과 희망을 잃고 무의미하게 살고 있다.

그의 엄마는 오복점집을 하는 점쟁이다.

실제 그의 아들이 등산 전날 불길한 꿈을 꾸어 가지 말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아들의 말로는 엄마는 점보다는 꿈이 효험이 있단다.

그 엄마는 매일 정성을 들여 아들을 위한 주문을 외우면서 치성을 드린다.

그리고 아들은 예전 축구선수 때의 녹음방송을 들으며

과거의 추억에 젖고 언제부턴가 예전 알았던 여자인 안개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너와 함께 있겠다고 한다.

축구녹음소리가 어머니의 주문소리가 불협화음처럼 들리고

안개는 아들에게 서랍 속에 네가 찾는 게 있다고 알려준다.

3개의 약병. 어머니가 어디선가 가져온 다리를 내주면 맞춰보라고 하고,

아들은 안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안개의 유혹에 넘어가 세 개의 약을 마신다.

어머니의 주문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작가 강성희

1942년 이화여자고등학교 졸업 1945년 일본 동경여자고등사범학교 졸업 1947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5년 유치진이 <자장가>를 <현대문학>에 추천하면서 문단 데뷔 1970년~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1971년~1974년 성균관대학교 무역대학원 강사 1973년~1985년 성신여자대학교 외국어과 강사 1977년 국제펜클럽 런던 대회 한국대표단 1978년 국제펜클럽 시드니 대회 한국대표단 1981년~1982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 1986년 국제펜클럽 뉴욕 대회 한국대표단 1987년~1988년 이화여자대학교 동창 문인회 회장 1988년~1995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1997년~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작가의 글 - 강성희

못났건 잘났건 제 자식에 대한 책임이나 애착을 버릴 수 없듯이 내가 만들어 내는 이 분신들에 대한 집착 또한 언제까지나 버릴 수 없다. 그런데 20여 년을 이 한 길만을 걸으면서도 갈수록 힘드는 가시밭임은 웬일일까? 때로 제 자식을 나무라듯이 그 분신들을 놓고 한숨짓고 질책을 해보지만 어떨 수 없이 자신의 부족을 느낄 따름이다. “이제 이 길 그만 갈까?” “아니, 아니지. 그럴 순 없잖아!” 내가 사는 시간, 공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역사를 어찌 외면하고 간과할 수 있으랴! 평화, 행복, 존경 같은 신의 소리만이 아니라, 저항·고난·투쟁 등… 인간의 개성이 빚어내는 소리, 소리들. 그것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치언 '숲속의 잠자는 옥희'  (1) 2019.11.04
강성희 '상실'  (1) 2019.11.04
이용찬 '양 의원'  (1) 2019.11.03
이난영 '도미에 관한 세가지 연상'  (1) 2019.11.01
김선찬 '나의 조국 미운 대한민국'  (1) 201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