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광>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여 희곡의 생명인 갈등이 두드러지며,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몫을 잘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창작하는 여인의 고초를 그리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 견디어야 하는 고통은 삼중 사중으로 늘어난다.
1975년 한국의 여성은 이제야 겨우 여성만의 부담이 이 고통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와 막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화가 임계경은
유학 시 느낀 외국 유명화가를 모방하거나 추종하는 것보다는
독창적인 한국의 멋을 찾아 화폭에 그리겠다고 자신의 길을 정하고
그런 화실에서 그런 작품을 그리고 있고 그의 학생들에게도 그런 방향을 제시한다.
갈등은 현대회화전의 평을 신문에 쓴 것인데 대학의 학장의 작품도 신랄하게 비평한 것이고,
그 다음날 그 신문에 학장은 반박성 평을 내놓는다.
그런 자신의 주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녀는 한국적인 명작을 완성한다.

작가의 글
못났건 잘났건 제 자식에 대한 책임이나 애착을 버릴 수 없듯이 내가 만들어 내는 이 분신들에 대한 집착 또한 언제까지나 버릴 수 없다. 그런데 20여 년을 이 한 길만을 걸으면서도 갈수록 힘드는 가시밭임은 웬일일까? 때로 제 자식을 나무라듯이 그 분신들을 놓고 한숨짓고 질책을 해보지만 어떨 수 없이 자신의 부족을 느낄 따름이다.
“이제 이 길 그만 갈까?”
“아니, 아니지. 그럴 순 없잖아!”
내가 사는 시간, 공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역사를 어찌 외면하고 간과할 수 있으랴! 평화, 행복, 존경 같은 신의 소리만이 아니라, 저항·고난·투쟁 등… 인간의 개성이 빚어내는 소리, 소리들. 그것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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