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자장가(Rockaby)는 1980년 영어로 먼저 썼던 작품이다. 다음 해인 1981년 4월 8일 버펄로(Buffalo)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의 센터 극장(The Center Theatre)에서 베케트 축하행사의 일부로 세계 초연되었다. 당시 연출은 앨런 슈나이더 (Alan Schneider)가, 유일한 등장인물 ‘더블유’(W)의 역할은내가 아니야(Not I)를 비롯하여 작가 자신이 직접 연출한 여러 베케트 연극에서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한 바 있는 빌리 화이트로(Billie Whitelaw)가 맡았으며, 공연시간은 14분 50초였다.

<자장가>는 매우 강렬한 시청각적 이미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구술언어(verbal language)를 불신하고 시각적, 청각적 상상력에 의존하는 연극언어를 추구한 베케트의 후기희곡 실험의 결산격인 작품으로 보고 있다.
관객의 <자장가>에 대한 경험은 이렇게 설명없이 제시된 회화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관객에게 아무런 선입견 없이 각인된 이 이미지는 안 보이는 목소리에 의해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여인의 삶에 대한 정보들이 차츰 드러남에 따라 계속적으로 관객의 의식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게 된다. <자장가>에서 흔들의자에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등장인물은 그녀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와 분리된 채 무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녀의 부동의 오브제와 같은 모습은 세상에서의 모든 시도가 좌절된 이후 자신의 내부로 침잠하게 된 인간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녹음된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대 위의 그녀의 이미지와 일치되면서 그녀가 이렇게 모든 행동을 멈추고 의자 속에서 흔들거리고 있게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자장가>의 여인은 <발소리>에서 집안에서 마루 위를 걷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 메이나 <나는아니야>에서 평생을 침묵 속에 있다가 노파가 되어서 갑자기 파편화된 말을 쏟아내는 입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세상 속을 적극적으로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은 그녀가 외부에서 그녀의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좌절된다. 제2부에서 그녀는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 자신과 닮은 다른 이’를 만나게 되기를 완전히 단념할 수는 없었고 그녀의 창문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그 앞에 앉아 맞은편의 다른 창문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제3부에서 나타나듯이 그녀는 ‘살아있는 다른 영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블라인드가 올려 진 다른 창문을 결국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각해줌으로써 존재하게 해줄 누군가를 외부에서 발견하는데 실패한 그녀는 제4부에서 블라인드를 내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블라인드를 내림으로써 그녀의 목적인 ‘그녀를 닮은 다른 이’를 찾으려는 노력이 끝내 좌절되는 공허한 외부세계와의 차단을 결심한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앉아서 흔들거렸던 흔들의자의 품에 안겨 침묵과 부동으로 침잠하게 된다.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 위의 여인은 목소리가 묘사하는 어머니의 이미지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관객은 그녀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목소리가 묘사하는 딸인지 혹은 그녀의 어머니인지 베케트에 의해서 의도된 듯이 보이는 어머니와 딸의 정체의 혼란은 이 작품을 세대를 거듭하여 이어지는 인간의 존재 확인의 욕구와 실패의 무한한 순환구조로 확장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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