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하이너 뮐러 '게르마니아3'

clint 2019. 4. 9. 14:56

 

 

 

작품은 텔만과 울브리히트가 깊은 밤 베를린 장벽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서독으로 도망치던 청년이 잡혀 오고, 로자 룩셈부르크가 연행되어 간다. 크레믈린 궁의 스탈린은 잠을 못 이루고, 베를린 수상 벙커의 히틀러는 자살 준비한다. 한편에선 참혹한 스탈리그라드 전투가 전개된다. 두 명의 소련군인은 그들이 방금 쏘아죽인 독일병사의 군화에서 발견한 휠덜린의 엠페도클레스중 깊은 밤 유령들이 떠도는 시간에 어울리는 부분을 읽고 있다. 세 명의 독일군인이 마지막 남은 뼈다귀를 갉아먹고 있다. 그것이 전우의 뼈인지도 모르면서. 두 명의 독일장교는 공중에서 투하된 보급품을 자기들끼리 먹고 자살한다. 홈부르크의 왕자는 불멸의 화신이 된다. 니벨룽겐의 크림힐트와 하겐은 소련군의 미망인과 독일장군으로 마주선다. 사냥꾼과 그의 나팔에 대한 노래가 반복된다. 세 명의 독일장교 미망인들은 소련군이 도착하기 전 코아치엔출신 친위병에 의해 살해된다. 나치 집단수용소에서 풀려나온 사내는 자기 부인을 겁탈한 소련군을 때려죽이고 굴락으로 끌려간다.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해, 볼세비키

그 후 평화가 찾아온다. 이른바 냉전이 시작된다. 죽은 세 명의 여자는 이제 브레히트의 여인들로 나타난다. 베를리너 앙상블 총감독 사무실에서 브레히트의 제자인 팔리취와 벡베르트가 연습하는 것을 스피커를 통해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죽음과 삶, 프롤레타리아와 천민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벡베르트는코리올란을 비유 극으로 만들려 하고, 팔리취는 현대극으로 이해한다. 팔리취는 여기는 베를린이야. 1956년이야라는 경고성의 의견을 제시한다. 1956년은 헝가리 민중봉기가 실패하고, 브레히트가 베를린 도로텐슈타트 공동묘지에 묻히고, 후루시코프가 20차 당 대회에서 스탈린이 격하되었던 해이다. 스탈린의 격하는 다른 사람들의 멸망으로 이어진다. 작센의 프랑켄베르크 시에서는 당 간부 에버트프란츠가 목을 매 자살한다. 옆에 있던 슈만게르하르트는 한꺼번에 아버지 둘을 잃었다고 슬퍼한다. 그러나 시장은 그의 아버지는 세 명이라고 환기시킨다. ‘·첫번째 아버지는 히틀러라고.

 

 

 

 

작가 스스로 깜짝 놀랄 만큼 가볍게쓴 작품이라고 설명한 이 작품은 제목 게르마니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역사에 대한 뮐러의 마지막 정리이다. 그는 독일의 전사(前史)와 현대사의 사건들을 비록 상호 간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해도 변증법적으로 서로 연관된 부분들의 유사점의 발견이 작품 전체의 의미를 밝혀주는 몽타주 기법으로 배열한다. 전사의 사건은 니벨룽겐 전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굴락의 경험 등이고 현대사는 베를린 장벽 설치와 헝가리 봉기와 탈() 스탈린이 있었던 1956년의 사건들이 포함된다. 또한 작품의 부제(副題) 죽은 남자 곁의 유령들이 보여주듯 이 작품은 죽은 자들과의 대화이다. 뮐러는 과거의 역사를 현대사와 연결시켜 현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시간을 역류시킨다.

 

 

 

 

그의 극작법은 중고품 희곡작가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사람의 작품을 찢어내어 새롭게 구성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에서는 클라이스트, 휠덜린, 헵벨, 그릴파르쩌, 카프카, 브레히트, 자신의 작품까지 인용한다.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의미를 재창출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새로운 상호텍스트성 극작법의 선구자이다. “당신의 좋다면 설명하고 인용하십시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글입니다라는 그의 말이 자신의 극작법을 대변한다. 그러나 뮐러의 꼴라주 수법은 아이러니 하게 표절시비를 받고 있다. 현재 주르캄프 출판사에서 준비 중이며 2년 뒤 완성될 예정인 뮐러 전집에 이 작품이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문제는 작품에 인용된 브레히트의 코리올란개작과 갈릴레이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상속인은 이 부분을 표절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뮐러의 작품에서 브레히트 텍스트가 새롭고 독자적인 작품을 창조하기 위한 자극이라는 점에서 합법적일 수는 있지만 브레히트 텍스트가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만일 이 장면이 없다면 뮐러의 작품은 단순한 단편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출판금지 판결을 내렸다고 전한다. 브레히트 자신도 즐겨 사용했던 인용의 인용 놀이에 대한 법정싸움을 보면서 브레히트가 무덤 속에서 웃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진실은 소리가 작고 견딜 수가 없다.” 라는 말처럼 죽은 자들의 역사에 대한 기억 작업을 통해 진정한 역사의 의미를 평생 찾은 뮐러는 어쩌면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어둠을 즐기십시오, 우주는 아주 어둡지 않습니까]

 

 

 

 

'죽은 남자 곁의 유령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게르마니아 3'은 하이너 뮐러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나치시대부터 통일독일 시대까지, 독일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의식이 집결된 희곡이다. 19951230일 암으로 세상을 뜬 작가의 독일역사에 대한 끈질긴 대결의식이 집합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현대사; 즉 나치시대; 동독시대; 통일독일의 시대를 관통한다. 작가 스스로 "깜짝 놀랄 만큼 가볍게" 쓴 작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작품의 부제 죽은 남자 곁의 유령들이 대변하듯 줄거리는 "죽은 사람들과의 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