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미진 작가의 말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이 작품을 쓰던 그 어느날들은 둘째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입니다. 생각해 보면, 엄마의 몸으로 나는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이고 어둡고 습한 장면을 상상하며 글을 썼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둘째 아이는 곧 열 살이 됩니다. 작품 속 ‘대준’을 생각해 봅니다. 그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고 무뎌지는 아픔이 있는가 하면, 어떤 상처는 더 선명한 흔적으로 낙인처럼 찍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아버지와 그런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용서하지 못하고, 용서받지 못한 모든 미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 이대준은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는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린 아버지를 데려가라는 전화. 오래전에 헤어진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온 그는, 자신이 만든 방에 아버지를 가두고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나가기 시작한다. 곱사등이로 태어난 대준,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했다. 대준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어린 대준을 학대했고, 대준은 그런 아버지의 집을 나와 건축가로 성공했다....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가둔 그 방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일반사람들과 다른 곱사등이의 몸. 그로인해 몸의 장애뿐 아니라 마음의 장애로 이어지고
비극적인 행동들을 하게 되는 인물들. 계속해서 반복되는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되는 대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은 낙타가 사는 아주 작은 방에 갇혀 사막으로 나갈 수도 없는 그의 삶에 마음이 아프고 먹먹해진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연극이지만 우리 삶도 작은방에 갇힌 채 아프고 힘겹진 않은지...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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