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세기 후반. 신라국은 철기문화를 앞세워 주변의 약소국들을 정벌하기에 이른다. 서슬 퍼런 창, 검 앞에 부모 형제를 잃어버린 가야의 악사 이문과 각비, 현덕, 상사는 고 (가야금의 전신으로 추측)를 켜며 예술 혼을 불사르지만 예도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이에 지쳐버린 이문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을 안고 신분을 속인 채 나라를 망하게 한 신라로 숨어들어 귀머거리 공주를 만나게 된다. 신라의 공주는 어린 시절 계모의 흉계로 귀머거리가 된 뒤 마음에 빗장을 걸고 살아간다.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칼부림 소리, 죽은 영혼들의 한 맺힌 귀곡성도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이문은 그런 그녀의 마음의 빗장을 열어 소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편 각비는 이문의 아이를 낳고 미쳐가고 상사는 그런 각비의 아픔을 보다 못해 이문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공주는 상사의 계략으로 이문이 적국의 악사임을 알고 그의 귀와 눈을 베어버리는데…….

<달의 소리>는 세상의 모든 소리, 달의 소리까지 수집하려는 신라의 공주, 처음엔 소리에 다음엔 권력에 취해 버린 가야 악사 이문,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가야금이 전신이 되는 “고(가야금의 전신으로 추측)”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패망국 가야 악사들의 이야기다로 패망 이후 악사들은 “고”를 연주하면서 예술 혼을 불사르지만 예도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한다.

“최근 몇 년간 나는 현재를 초점 삼아 미세한 일상을 연극적으로 만들어보려고 애썼다. 이번 작품은 정반대로, 과거를 배경 삼아 서사극을 한 편 모색해 보았다. 그러나 브레히트 적 서사극과는 다른 것으로 삶의 유장함을 다루는 서사극, 굳이 명명하자면 동양적 서사극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삶의 한 면에 집착하지 않고 생로병사의 유장한 흐름을 성찰하는 동양적 인식은 역사의 부침이 유난한데서 나왔을 것이고, 중용의 태도나 용서를 강조하는 입장 역시 그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다. 비판과 갈등에 입각한 서구적 연극이 아니라 동양적 연극을 한 편 만들어 보고 싶었다.” - 작가 김명화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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