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가장 오래된 벗, 송재경 할무니.
내 나이에 나를 보시고, 이제 하 세월 흘러 당신의 그 나이에 내가 당도하니.
오래도록 간절히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하다.
<시제 올리는 시간>은 송재경 할머니에 대한 헌정곡이다.
지난 추석,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앉은뱅이 술’이라는 한산 소곡주를 만났다.
‘안 일어나려다 못 일어난다는 선비’ 이야기가 있는 소곡주를 홀짝홀짝 넘기면서, 조금이라도 생을 더 붙잡아 놓고 싶은 간절함을 맛보았다.
나의 가장 오래된 벗을 향한 내 마음과 닮은.
술이 깨기 전에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시제 올리는 시간>를 <앉은뱅이〉로 발전시켰다.
<앉은뱅이〉는 작당모의의 두 번째 창작극이며 2017년 9월 18일부터 10월 1일까지 아트시어터 문에서 올려진다.
돌아서자 그리운 당신 품에서 깨어나지 않으리. 부디 당신 마음 씀씀이 한 결도 놓치지 않고 내 가슴 갚숙이 앉은뱅이 맹키로 주저 앉혀놓으리.
작가소개
그대, 늦었다고 툴툴대면서도 여전히 입으로 글 쓰고 있는가. 저 여인을 보아라. 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로세, 라던 그녀가 반 년 만에 세종대왕 보시기에 참 좋은 백성이 되었다. 새벽이슬 맞으며, 쓰기 좋게 자른 농사달력 뒷면을 글자로 빼곡히 채운다.
나, 그녀의 손녀로 살아 온 지 마흔 두해. 아뿔싸, 그녀는 여태 노을을 등지고 한글 삼매경에 빠져 있구나. 나도 뒤질세라, 헤어 나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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