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생은 재미 사업가로, 10년 만에 고국에 다니러 왔다가 충격을 받고 함묵증세를 나타내게 된다. 신경 정신과 의사인 윤 박사는 미국에 있는 스승의 의뢰를 받고 정도생을 치료하게 된다. 정도생의 내적 갈등이 주(主)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과거의 자신의 잘못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및 현재 그 어떤 수단으로도 과거의 잘못을 보상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것이다. 이러한 내적 갈등은 함묵 증세를 통해 외적으로 표출된다. 정도생은 어떤 변명과 해명으로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깨어진 인간관계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고 아예 입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결국, 인간 관계의 고립으로 인한 깊은 소외감과 상실감은 어떤 물질적 보상으로도 위로될 수 없음을 깨닫고, 함묵 증세가 아예 정신 분열의 증세로까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산 직전, 가족과 친구를 배신하고 미국으로 떠난 정도생은 10년만에 고국에 돌아와 이들에게 물질적으로 보상하려 마음먹었지만, 소중한 인간관계는 이미 끊어진 상태이다. 그 어떤 물질적 보상으로도 한번 깨어진 인간관계는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정도생은 포효한다. 친구의 신의를 저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물질적 가치를 택한 인간의 이기적 욕망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정도생의 깨달음 속에 이 글의 주제가 담겨 있다. 즉, 한번 깨어진 인간관계는 다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백준에게 있어 정도생은 절친한 친구인 자신의 아버지의 평생 모은 돈을 가로채 달아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그로 인해 힘겹게 살아야 했기에 적대적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백준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과거의 원한을 복수하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고통을 인내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는 작가가 제시하는 갈등 해법의 원리로 볼 수 있다. 인간 관계에서의 갈등을 돈으로 보상받는다면 물질로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증오로 갚는다면 그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낳으면서 전개되어 갈 것이기 때문에 고통과 인내를 통한 용서가 가장 이상적인 갈등 해결 방법인 것이다

전옥주
경북여고, 서라벌예술대학 졸업
1962년 [현대문학]에 희곡<운명을 사랑하라>를 추천받아 등단
희곡집<<낮 공원산책>>(75),<<아가야 청산가자>>(78),
<<꿈 지우기>>(96)
수필집<<하나되기 위하여 우리는>>(88)
콩트집<<꽁보리밥과 풀빵>>(94)
한국문학상(88), 한국희곡문학상(94) 등을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공연윤리위원회 무대예술분야 전문심의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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