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극장 산울림 개관2주년 기념
극단 산울림 제34회 공연작품
강 석 경 원작 서영명 각색 임영웅 연출
1987년 4월 일 부터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소양이가 방에 검은 우산을 펴들고 누워있는 인상적인 장면을 다시 읽기위해서였다. 작가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양이의 검은 우산이 왜 아직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인지, 소양이는 왜 하필이면 불길한 검은 우산을 방안에서 펴고 누워있었던건지 하는 의문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시 읽은 숲속의 방에는 소양이 보다 화자인 미양이, 소양의 언니에 매료되었다. 나는 마치 소양이를 처음 보던 순간 이해했던 것처럼 이제는 미양이 편에서, 미양이의 혼란과 미양이의 갈등에만 집중했다. 학교를 휴학한 소양이, 소양이의 주변 친구들을 부러 만나고 소양이에게 관심을 쏟는 미양은 자아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젊음들은 왜 외쳐야 하고 죄도 없이 한낮에 복면을 하고 무관심의 세계를 향해 불꽃을 던져야 하는가. 철벽같은 체제의 문을 여린 주먹 뼈가 으스러지도록 두드리는가. 머리는 명주, 재형에게 두면서 발은 경옥, 희중 쪽에 두려하고 있다. 이성을 존중하되 감각이 편해서인가.

운동권인 친구에게도, 자신만의 젊음과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에게도 가닿지 못하는 소양. 미양은 소양의 일기를 훔쳐보고 소양이 쏘다닌 종로를 헤맨다. 미양이 소양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건 언니로서라기 보다 내 자신의 문제를 풀어보려는 것에 가깝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위의 시선처럼 미양은 다 갖고 있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분열하는 내 자아의 해답을 찾아보려는 거다. 청춘의 특권이 방황이고, 변변한 방 한칸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나의 젊음은 합당했던 것인가. 그러나 지금, 아직 청춘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믿는 지금, 지난날의 내가 어떠했는지를 잘 모르겠다.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의식 속에는 또렷하게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매일 열변을 토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마땅히 떠오르는 장면들이 없다.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기때문일지도. 지금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조금 마음에 든다. 소양의 검은 우산이 뇌리에 남아있던 시절을 벗어나 미양에게 시선을 돌렸다는 것, 그것이 내 청춘의 현재형이다.

강석경(姜石景: 1951- )
대구 출생. 이화여대 조소과 졸업. 1974년<문학사상>신인상에<근(根)>,<오픈 게임>이 당선되어 등단.<숲 속의 방>으로 '오늘의 작가상' 수상. 그녀는 현실 속에서 강한 자아 의식을 가진 인물들의 삶의 고통과 진실을 그려내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순례자의 노래>,<밤과 요람>,<일하는 예술가들>,<가까운 골짜기>,<아브라함 아브라함><폐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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