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윤설 '팔도모창가수왕'

clint 2018. 8. 7. 19:38

 

 

 

오산의 어느 삼류 신문사에 당대 최고의 트로트 스타 나아 가 죽었다는 한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처음에는 광팬의 허위제보로 의심했던 기자들이, 상부의 특종압력으로 제보자를 만난다. 자칭 <생사확인 팬클럽 모임>의 회장이라는 제보자는 그 가수가 이미 5년 전에 죽었으며, 막대한 재산 문제로 인해 죽은 사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폭로한다. 그러나 그 트로트 가수 나아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지 못하는 삶에 염증을 느껴 자신의 삶과 첫사랑을 찾아 떠난 것이다. 가수의 침묵과 은둔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혹과 추측기사가 난무하며 이로 인해 여론은 더욱 들끓기 시작한다. 그러는 가운데 가수 나아의 매니저가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나아처럼 되고 싶은 모창가수 너아를 데리고 와서 나아 행세를 시킨다. 그리고 그 모창가수는 더 나아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엉뚱하고 유쾌하게 꼬인 이야기와 뒤통수치는 반전에 있었다. 삶에 염증을 느끼고 첫사랑을 찾아 떠났던 트로트 가수 나아는 첫사랑을 만나지만 이전의 그 사랑이 아님을 확인하고 자기의 자리로 돌아오려 한다. 그러나 이미 자기의 행세를 하며 너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아는 모창가수 너아가 팔도모창가수대회에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자신이 진짜 나아라고 말한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나아의 한마디! “내가 가수 나훈아의 진짜 모창가수 나운아라고!!!!” 가수 나훈아라고 믿고 그의 모창을 하며 살아왔던 너훈아는 자신이 너운아의 삶을 살았음에 슬퍼하며 극은 마친다.

 

 

 

 

 

작가의 글 - 이윤설

우리는 누구나 타인을 모방한다.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인기 연예인의 노래나 유행어 등 현상적인 것에서부터, 가치관이나 욕망 등 정신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전반은 흉내와 모방으로 이루어져있다. 이제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이미테이션 문화현상은 일상적 코드가 되었다. 유명연예인을 흉내 낸 이미테이션연예인이 인기를 얻고, 외국 명품을 베낀 짝퉁 가방을 들고, 모조보석을 사고, 원본이 아닌 복사본의 명화를 거실에 걸어 놓는다. 또한 스타를 광적으로 추종하여 그들의 옷차림, , 행동을 흉내 내는 팬덤 현상까지, 이제 우리에게 이미테이션 문화현상은 저급한 하위문화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모방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왜 다른 사람이 아닌 특정한 그 타인을 선호하는 것일까? 모방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모방의 산물은 가짜이며 가치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대표하는 모창기수 너우나. 팬덤 문화를 대표하는 광팬, 특종과 판매부수라는 상업논리로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 무비판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왜곡하는 여론 등 모방문화의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회현상들을 그리고 싶었다. 이러한 모방문회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특정한 계층 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존재한다. 자기 자신이면서도 동시에 타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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