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3 봄! 술집 이름이 '1963 봄'인걸로 보아서 아마도 그 당시엔 잘 나가던 술집이리라.
냉장고엔 엘비스 프레슬리의 커다란 사진이 보인다.
술집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아직도 빨간 구두를 신고 다닐 정도로 과거 속에 사는 느낌이 든다.
같이 사는 손녀 딸! 계속적으로 취직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퇴폐적인 할머니역인데 떠나간 애인을 기다리는 순정이 남아 있다.
애니의 손녀딸은 끊임없이 취업을 위한 인터뷰를 한다.
"병아리는 왜 날지 못하는지 아세요?"

작가의 글
봄이었다.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손으로 직접 써내려간 이력서에는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는데 여자는 쓴 것보다 쓰지 않은 빈칸이 더 많은 그 이력서를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결심이나 한 듯 씩씩하게 이력서를 대 봉투에 넣었다 스무 살 쯤 되었을까. 너무 씩씩한 모습 때문에 어쩌면 저 여자는 열 번이 넘게 이력서를 내고 또 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쯤 여자가 일어섰다. 대봉투를 가슴에 안은 여자는 밥값을 내기 위해 카운터로 가면서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다리를 절고 있는 여자가 이력서를 썼기 때문이 아니었다. 앞뒤로 빽빽이 채워 넣은 이력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보다 오히려 그녀의 표정이 더 당당하고 밝아보였기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그 여자를 잊지 못했다.

기다린다는 것.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기에 기다리는 것과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 작품에서 손녀와 할머니의 기다림은 같지만 다른 것이다.
옛 연인이 ’다시 와 먹으마’ 하고 남겨 두고 간 양주 반병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할머니에게 ’양주병’은 연인을 기다리게 하는 유일한 매개체이다. 그리고 소아마비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해 늘 면접에 실패하는 손녀에게는 면접위원의 ’끄덕거림’은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결국 ’간절함 이상의 그 무엇’ 이다. 기다릴 때는 오지 않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우리들의 삶에는 있다. 우리는 항상 그것을 기다리며 살고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다.
〈날아라, 병아리〉에서의 ’신문’같은 희망을 관객들에게 툭 하고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근형 '아침드라마' (1) | 2018.08.09 |
|---|---|
| 이윤설 '팔도모창가수왕' (1) | 2018.08.07 |
| 장우재 '옥상밭 고추는 왜' (1) | 2018.07.31 |
| 이정하 '몽중설몽' (1) | 2018.07.20 |
| 이정하 '최진태 살인사건' (1) | 2018.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