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존 밀링턴 싱 '슬픔의 데어드라'

clint 2018. 7. 26. 10:44

 

 

슬픔의 데어드라의 내용인 데어드라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전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민담인데, 싱 외에도 예이츠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작품으로 쓰였다. 데어드라 민담은 미래가 예정된 인간의 운명을 알면서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다. 데어드라는 출생할 적부터 수려한 용모로 많은 사람의 죽음과 추방의 원인이 되고 나라에 큰 화를 가져올 아이로 예언되었다. 그렇지만 코너하 왕은 데어드라를 죽이는 대신 왕비가 될 수 있는 처녀가 되기까지 유모를 선정해 시골에서 기르도록 명령한다. 그런데 성장하여 혼기가 가까워진 데어드라는 왕이 데려가겠다고 한 다음날 우이시나의 세 아들 중 장남인 니이시와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 그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도피하여 7년간 숨어사는 생활을 한다. 결국 왕의 계략에 말려들어 귀국하게 되고 왕의 잔인한 복수로 몰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러 개의 상징과 대조가 이 작품에서 데어드라의 세계와 왕의 세계가 양립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코너하 왕과 데어드라의 나이 차이다. 나이 60이 된 왕과 소녀의 혼인은 그 자체로 노쇠와 활력의 대비를 이루며, 궁정생활밖에 모르는 왕과 산속을 뛰어다니며 사냥과 채집생활을 사랑하는 데어드라는 도회지와 전원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의 대조를 이룬다. 왕은 궁정생활에 젖은 권력과 음모, 부귀영화와 사치환락의 존재인데 비해, 데어드라는 나뭇가지와 견과류를 주우러 다니는 시골 아가씨이다. 왕이 성에 살며 장군, 귀족, 왕자, 공주들과 생활한다면 데어드라는 협곡과 고원의 오솔길과 동물들의 통로, 협곡의 거주민과 함께하는 소박한 생활에 만족해한다.

슬픔의 데어드라에는 장구한 시간 속에서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한계에 관한 싱의 시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아무리 행복한 생활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아무리 간절한 사랑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생조건에 데어드라와 니이시는 결국 굴복하고 만다. 싱은 자신의 인물들에게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하고 무로 돌릴 수 있다는 지극히 염세적인 세계관을 설파하도록 만든다. 데어드라를 지극히 사랑하는 코너하의 수행원 오웬은 여왕도 나이를 먹고 하얗고 긴 팔은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하고 자결한다.

 

 

 

 

싱은 38세를 일기로 1909년에 사망하였다.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전 세계의 독자와 관객이 감상하고 있다. 비록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그 작품들은 그가 얼마나 인간의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작가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싱의 희곡들은 싱만이 남길 수 있다. 그 누구도 그 언어의 맛과 향을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싱은 좋은 작가이다.